나라 곳간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우려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곳곳에서 예산 남용,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 유용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예산 지출에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와 각 부처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사회 전반에 ‘부패 불감증’이 퍼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경 보도(5월26일자 A9면)에 따르면 정부가 예기치 못한 예산 사업 등에 쓰기 위해 마련해 둔 예비비를 매년 똑같은 이유로 수천억원씩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회 심의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예비비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도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사례다. 관행적으로 기관장이나 간부의 재량에 맡겨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개인적 용도로 유용해도 밝혀내기 어렵다. 올해 국회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84억원,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8811억원이나 된다.
정부나 국회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나랏돈을 ‘눈먼 돈’ 정도로 인식하는 잘못된 풍조가 곳곳에 퍼져 있다. 최근 감사원이 적발한 국립대 교수의 정부 연구개발(R&D)비 유용사례는 기가 막힐 정도다. 서울대 교수가 연구과제와 무관한 사촌동생에게 29명의 연구비 9억8000여만원을 관리케 했는데, 이 사촌동생은 가족들에게 1억원을 주는 등 7억20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써버렸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가며 구직자들을 교육하는 훈련기관의 부패 관행도 이미 도를 넘었다. 교육훈련기관들이 지난해 부정수급한 직업훈련비는 4592건, 71억9400만원에 달했다. 최근 3년 동안 일곱 배 이상 늘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세수부족액은 10조9000억원에 달했고 올해도 6조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수도 문제지만 세출 부문만 잘 관리해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반대로 정부 국회 등이 나서서 ‘묻지마 예산’ ‘눈먼 돈’ 관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라 곳간은 누가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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