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단백질분말을 식사 대신 섭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을 포함한 영양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넣어 흔들어 섞어 먹는 겁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유행을 소개했습니다.
교육기술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애런 멜로식은 아침과 점심 끼니를 이 식사대용식으로 해결합니다. 그는 매일 밤 약 2리터 정도의 물에 마카다미아 오일과 '쉬몰렌트'라 불리는 분말 450g가량을 넣고 흔들어 대용식을 제조합니다. 이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 날 아침 6시 30분에 아침, 오후 3시 30분에 저녁 대신 먹는다고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먹는 단백질 보충제와는 다릅니다. 운동용 보충제는 당분이 듬뿍 들어가고 단백질 비중만 높은 반면, 식사대용식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섞어 영양 균형이 갖춰져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직원들이 식사대용식을 찾는 이유는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바빠졌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월가는 침체에 빠진 반면 실리콘밸리는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최근들어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개발자들의 일거리 역시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작년 4분기 개발자와 엔지니어 실업률은 2.5% 였습니다. 전체 평균인 5.7%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미국 채용정보 업체 '인디드(Indeed)'는 지난 연말 기업이 가장 구하기 힘든 직업 10개 중 7개가 컴퓨터 과학 관련 직업이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지역의 비싼 밥값도 한 몫 합니다. 식당에 가면 한 끼에 50달러(약 5만5000원)정도는 써야 하지만, 식사대용식은 일주일분이 70~80달러(약 7만7000~8만8000원)에 불과합니다.
식사대용식 제조회사 중 하나인 '소이렌트(Soylent)' 사장 롭 라인하트는 2013년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당시 무선통신 회사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던 그는 일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득 자신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식사대용식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크라우드펀딩으로 3백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LA에 회사를 차렸습니다. 매출은 급격히 성장했고 지금까지 600만 끼니분을 팔았다고 합니다. 유사상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군요.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운 건 천재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최근 발간된 책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밥을 안 먹더라도 일을 더 할 수 있다면 난 그렇게 하겠다. 식탁에 앉지 않고도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NYT는 머스크에게 소이렌트 등의 식사대용식을 이용해본 적이 있는지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은 안 하지만 머스크도 한 번쯤 먹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skyu@hankyung.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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