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기자 뉘른베르크(독일)/산업부 hkang@hankyung.com
세계 1위 자동차부품 기업인 독일 보쉬는 지난해 49억유로(약 6조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489억유로)의 10.1%다. 세계에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폭스바겐그룹(115억유로)도 매출 대비 R&D 비중은 5.6%로 보쉬에 미치지 못한다.
보쉬가 R&D에 이렇게 많이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독일 뉘른베르크공장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함페 보쉬 수석부사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길은 혁신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제품만 만들면 효율화와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신상품을 만들어야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고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화할 수 있는 공장 라인 일부를 수작업 구간으로 유지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효과가 큰 것은 혁신이라는 것이다.
뉘른베르크공장은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GDI)이라는 신제품으로 고용을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독일 1800여명을 비롯해 한국 미국 터키 중국 등 5개국 GDI 공장에서 총 2만여명이 일하고 있다.
GDI는 가솔린 엔진 실린더 내에 연료를 직접 쏴주기 때문에 공기와 연료를 섞 底?실린더 안으로 넣는 기존 방식에 비해 출력은 높고 환경오염은 적다.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GDI를 장착한 차량의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쉬는 1956년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상용화한 이후 현재까지 줄곧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지키고 있다.
함페 부사장은 “시장을 잃으면 고용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쉬는 이를 위해 임직원 29만여명 가운데 4만5700여명을 R&D 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여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올해 글로벌 신규 채용 1만2000여명 가운데 4분의 3을 R&D 인력으로 채울 계획이다.
독일과 한국 모두 인건비 상승이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역 사회가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비슷하다. 보쉬처럼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발상을 하는 기업들이 한국에도 많이 생겨야 한다.
강현우 기자 뉘른베르크(독일)/산업부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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