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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에릭 클랩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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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기타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기억하는 팝송이 있다. 특히 ‘386세대’에 속하는 많은 남녀들에게 첫 블루스의 추억을 남긴 노래가 바로 ‘원더풀 투나잇’이다. 클럽이라는 문화가 아직 없던 1980년대 고고장에서 ‘블루스 타임’마다 흘러나오는 단골 레퍼토리였다. 이 감미로운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까지 부른 뮤지션이 에릭 클랩튼(70)이다.

클랩튼은 원래 노래보다는 기타연주로 훨씬 유명하다. 그와 함께 지미 페이지, 제프 벡 등을 묶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은 모두 영국 출신이어서 ‘영국 3대 기타리스트’가 옳은 표현인 것 같다. 제프 벡 대신 미국 출신의 지미 헨드릭스를 넣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어쨌든 클랩튼은 빠지지 않는다.

록기타 역사에서 클랩튼은 ‘기타의 신’ ‘슬로 핸드’라는 별명만큼이나 신적인 존재다. 그만이 갖고 있는 리듬감과 포근하고 화사한 톤, 그리고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각종 연주기법 등은 세계 수많은 기타리스트가 밤을 새워가며 그의 연주를 따라하게 하는 이유다.

그룹과 솔로 활동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그의 인생에는 두 번의 곡절이 있었다. 1970년대 중반 그는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작업을 도와주게 된다. 그때 클랩튼은 해리슨의 아내인 패티 보이드와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이것이 진짜 사랑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인도문화와 명상에 빠져 가정을 등한시하는 해리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보이드의 질투 유발 작전이었던 것이다. 보이드와의 짧았지만 행복했던 시절에 만든 노래가 바로 ‘원더풀 투나잇’이다. 보이드는 자서전에 “좋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곡인데 결국 들을수록 가슴 아픈 노래가 됐다”고 적었다. 클랩튼은 이 연애사건 이후 몇 년간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1991년 그에게 또 비극이 찾아왔다. 다섯 살밖에 안 된 아들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망연자실했던 그가 겨우 마음을 잡고 만든 노래가 ‘티어즈 인 헤븐’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지만 가사는 슬프다. “내 이름을 알겠니/천국에서 다시 만나면/천국에는 눈물이 없겠지….”

북한 실권자 김정은의 작은형인 김정철(34)이 최근 클랩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영국 런던 로열앨버트 홀을 찾았다가 언론에 포착됐다. 2006년 독일 베를린, 2011년 싱가포르에 이어 클랩튼 공연장에서만 세 번째다. 그는 2007년에는 클랩튼의 평양 공연도 추진했었다. 평양 밤하늘에 ‘원더풀 투나잇’이라….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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