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고'로 나라 곳간 지키자
올 제정법안 34건 중 19건
사회적경제위·신지식인협…표심 노린 의원입법, 비용은 '나 몰라라'
창조경제·경제민주화 명분
운영비 수 백억원 들어가는 협회 등 설립 법안 잇단 발의
선거때 지지기반 확보…지역구에 유치땐 '반사이익'
[ 진명구 기자 ] 매년 운영비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들어가는 기관·협회 등의 설립을 허용하는 의원입법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표심을 겨냥해 관련 단체의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법안으로, ‘고비용’ 기관을 양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올 들어 발의된 전체 제정 법안 34건을 조사한 결과, 19건(55.8%)이 법안 실행을 위해 협회나 기관을 설립하는 안을 별도로 첨부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22일 “국가재정을 면밀하게 고려하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관련 단체와 지역구민의 표를 의식한 법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여야가 입법화를 서두르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도 고비용의 기관·협회 설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발의한 ‘신지식인 육성지원 및 신지식의 사회적 공유에 관한 법안’은 ‘신지식인협회’ 신설안을 포함하고 있다. 협회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신지식인’으로 정하고 그에 대한 교육과 정보제공, 실태조사 등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협회 설립은 ‘중복’이라는 지적이다. 소관 상임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정부 부처에서 개별 법령에 따라 (협회의 기능인) 인력 양성 및 실태조사를 이미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결국 특정 협회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사단법인으로 ‘한국신지식인협회’가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그 협회의 덩치만 키워주게 될 것”이라며 “사단법인을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특수법인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법안은 협회 운영비 등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뒀지만 비용추계는 하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5년간 약 100억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한 ‘창조경제 선도지역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창조경제 선도지역’을 지정토록 하고, 그에 대한 세제 및 자금 지원, 외국인학교의 설립 및 운영 지원, 교육·문화예술·관광시설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선도지역진흥재단’을 새로 설립하도록 했다. 법안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재단 설립과 한 개 ‘선 돝熾?rsquo;의 운영에 드는 비용은 연간 약 201억원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의 지역구를 ‘창조경제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재단을 유치하는 데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내세운 법안들은 (정부가) 반대하기 어렵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등 이념을 내세운 법안도 기관이나 협회 설립을 전제로 깔고 있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경제민주화기본법안은 노동 금융 조세 대기업 등과 관련된 제도와 법령 등의 실태조사를 위해 ‘경제민주화위원회’를 설립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법안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이 기관의 설립과 운영에는 향후 5년간 약 174억5400만원이 들어간다.
사회적경제기본법도 마찬가지다. 법안은 사회적 경제를 양극화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공익을 위한 사업체의 활동이라 정의하고 이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금융’을 통해 사회적 경제조직과 사회적 경제 관련 사업에 투자·융자·보증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적 경제조직의 범위는 국회에 계류된 세 개 법안이 모두 다르지만 사회적 기업, 생활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포함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 단체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 4월 임시국회부터 여야가 앞다퉈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이유다.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에는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 등 네 개 기관을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앞으로 5년간 운영비로 1700억원이 필요하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민주시민교육법안은 시민교육을 위해 ‘민주시민교육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있지만 비용추계는 없었다.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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