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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장은삼, 월급 30만원 미용보조에서 연봉 3억원 헤어 디자이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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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1000명…헤어디자이너 장은삼 헤어숍 '쌤시크' 원장

"꿈에서도 두상 연구…출퇴근 버스선 상상으로 커트 연습"



[ 김병근 기자 ] 꿈으로 버텼다
매일 서서 12시간 근무 ‘강행군’
2년간 샴푸·드라이만 했지만
힘들수록 ‘강남서 꼭 성공’ 채찍질

‘해결사’ 별명에 단골 급증
머리 고쳐달라고 온 다른 숍 손님
두상에 맞게 고쳐줬더니 입소문
‘부분 파마’ 등 창의적 기술로 대박

안주 싫어 숍 차려 독립
단골손님 1년6개월새 1000명
“16년째 머리 만지고 있지만
미용의 세계는 끝이 없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다리는 퉁퉁 붓고 팔을 많이 쓴 탓에 어깨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헤어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미용실에 들어온 선배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나도…’ 하는 생각이 꿈틀댔지만 ‘할 수 있다’고 자신을 격려하며 버텼다.

밑천이 자신감 하나인 스물두 살 처녀는 이렇게 미용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11년 만인 2010년, 당시 국내 미용업계에서 ‘미용사관학교’로 이름을 날린 서울 강남의 헤어숍 라뷰티코아의 원장이 됐다. 이곳에서 디자이너가 원장에 오른 첫 사례다. 연봉은 3억원으로, 잘 나간다는 인근 다른 원장들의 2배에 달하는 최고 수준이었다. 지금은 강남 신사동에서 헤어숍 쌤시크를 운영하는 장은삼 원장의 이야기다.

“수십만명 두상 연구하며 스타일에 눈 떠”

처음부터 꿈이 헤어 디자이너는 아니었다. ‘돈 잘 벌 수 있는 유망 직종’이라는 주변 조언에 고향인 충북 충주에 있는 미용대학을 택했다. 졸업하고는 곧바로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라는 말이 있잖아요. 미용을 시작할 때부터 이왕 하는 거 한국 미용의 중심인 강남에서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방송에서 연예인들 머리 해주는 숍이 나올 때마다 ‘나도 저기서 일할 거야’라며 동기를 부여했어요.”

실상은 방송에서 본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2년 동안 매일같이 12시간 내내 선 채 고객을 응대하고 머리 감기고 드라이하는 게 전부였다.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했지만 조바심이 나고 자존심도 상했다.

“숍에서 스태프는 잘 받아주는 편이에요. 하지만 기술은 잘 안 가르쳐주죠. 10명 들어오면 9명이 나간다고 보면 돼요. 그만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미용은 끈기가 필요한 분야여서 자신감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남몰래 공부’를 시작했다. 디자이너가 고객 머리를 해줄 때마다 곁눈질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출퇴근길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얹혀살던 구로구 친구 집과 청담동 직장을 오가는 동안 버스와 지하철, 길거리에서 수많은 사람의 두상을 관찰했다. 직접 커트하듯 손을 이리저리 놀렸다. 퇴근길 버스에서 상상 커트를 하느라 집을 지나쳐 광명까지 간 적이 부지기수였다.

“족히 수십만명은 봤을 걸요. 계속 보니까 예쁜 스타일이 보이더라고요. 가발로 연습하는 것은 비싸서 대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거예요.” 월급이 30만원이었는데 교통비로 10만원 쓰고 20만원씩을 모았다. 쉬는 날에는 강남역이나 홍대 등 최신 유행의 중심지들을 다녔다. “예쁜 스타일이 머릿속에 많이 들어 있어야 손님마다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해줄 수 있거든요. 너무 많이 본 날은 상상 커트하는 꿈을 꾸더라고요. 한 번은 압구정에서 너무 예쁜 머리를 봐 어디서 했는지 물어보고 그 숍에 손님으로 찾아갔습니다. 그 디자이너가 머리하는 방식을 내내 뜯어본 거죠.”

최고 스타일 추구하다보니 ‘해결사’ 별명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스태프 5년차에 도전할 수 있는 디자이너 기회를 1년 빨리 잡았다. 하지만 초보 디자이너의 길은 스태프보다 더 험난했다. “압구정·신사·청담동 숍은 철저히 단골로 운영돼요.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커트하러 들어가기엔 너무 비싸거든요. 제 손님이 하루에 한 명도 없던 때가 부지기수였죠.”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다른 숍에서 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찾아온 여성 손님에게 만족감을 준 ?계기가 됐다. “연예인 누구처럼 해 달라는 경우에 주로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마다 두상이 다른데 같은 스타일이 그대로 어울리긴 힘들죠. 그래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 십상인데 전 안 그랬어요. 손님의 두상을 먼저 뜯어본 뒤 연예인 스타일을 그 두상에 어울리는 식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나중에 그 손님 이름을 대면서 찾아오는 분이 굉장히 많았어요.”

‘해결사’라는 별명은 이때 얻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늘어났다. 이후 당시 강남에서 미용사관학교로 불리던 라뷰티코아로 옮겼다. 그곳에서 남들과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부분 시술’이라는 이름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그만의 미용기술도 이때 터득했다. 예컨대 오른쪽 두상이 왼쪽보다 낮을 때는 비대칭을 보완하기 위해 오른쪽만 파마하는 식으로 단점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노력을 인정받아 6년 만에 디자이너에서 실장 이사 부원장을 거쳐 원장에 올랐다. 이 숍에서 디자이너가 원장이 된 첫 케이스다. 강남 최고 연봉 원장으로 이름을 날린 것도 이맘때(2010년)부터다. 한 해 수입이 3억원으로 강남에서 잘 나간다는 다른 원장 연봉(약 1억5000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이 같은 특급대우가 머리 만지는 기술로만 얻어진 것은 아니다. “신문, 뉴스 보며 세상 흐름을 파악하고 최신 유행어를 따라 하는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손님을 지루하게 만들면 안 되거든요. 나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가꿔야 또다시 손님이 찾아와요. 매일 아침 피트니스클럽에서 스트레칭하고 근력운동을 하는 이유예요. 내가 밝게 보여야 손님들도 그 기운을 받을 것 아닙니까.”


“남들은 성공했다지만, 안주하는 순간 퇴보”

장 원장은 2013년 말 스스로 고액 연봉을 포기했다. 후배인 ‘준식’ 원장과 쌤시크를 차리고 독립했다. 쌤시크는 장 원장의 이름 중 ‘삼’과 준식 원장의 ‘식’을 붙여 세련되게 표현한 것이다. 같이 일하던 15명의 후배가 다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만의 미용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창업을 택했다.

“비싼 게 나쁜 게 아니라 비싼 값을 못 하는 게 문제예요. 한 번 머리를 하면 손질, 관리가 편하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소위 ‘IMF 스타일’을 만든 이유예요. 불황에는 머리도 잘 안 하잖아요. 한 단골이 그에 빗대서 붙여준 이름이에요.”

이제 1년6개월 정도 지났지만 쌤시크는 벌써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장 원장의 스케줄 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빼곡하다. 단골 고객만 1000여명에 달한다.

장 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성공에 대한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안주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요. 두상이 천차만별이고 손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항상 바뀌어요. 16년째 머리를 만지고 있지만 지금도 전 미용이 제일 어려워요. ‘나 잘해’ 하는 사람치고 정말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미용이든 다른 어떤 일이든 끝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 헤어 디자이너가 되려면
스태프 생활은 필수…경험에 경험을 쌓아야

과거에는 미용淪隙?나와 헤어숍에서 수년 동안 경험을 쌓은 뒤 시험을 통해 헤어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미용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헤어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험을 쌓은 뒤 디자이너에 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디자이너 시험을 치를 수 있을 만큼 속성으로 기술을 가르치는 아카데미(학원)도 많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헤어숍 쌤시크의 송이 매니저는 “미용업계는 무엇보다 경험을 가장 우선시하는 분야”라며 “자격증이 있어도 경험이 없으면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에 경험을 많이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님의 머리를 직접 커트하거나 파마하는 등 시술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스태프 생활이 필수. 고객 응대부터 샴푸, 지압 테크닉, 기본 드라이, 고급 드라이, 스타일링 등 기술을 순차적으로 배운다. 이후 성별에 따른 스타일링 및 파마, 염색, 커트 등 세분화된 기술을 익힌다. 서울 압구정·신사·청담동 일대 숍에서는 스태프 생활을 5년 거친 뒤 디자이너 시험을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지역을 제외한 강남권은 약 3년으로 알려졌다. 유명 헤어숍들은 유능한 디자이너를 양성하기 위해 자체 또는 외부 교육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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