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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정부,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관련 5조원대 소송…한국, ISD 첫 시험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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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ISD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5조원대의 국가소송제도(ISD) 재판의 첫 심리가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서 15일 개시된다. 이번 1차 심리는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등이 참석해 비공개로 열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한국 정부가 지난 2012년 11월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불합리하게 과세해 5조1000억원(46억97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론스타가 ICSID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이뤄졌다.

- 5월16일 한국경제신문


☞ 외국 회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 요구 규모만 5조원이 넘는다. 소송의 당사자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 Star). 1995년 설립된 론스타는 그동안 15개 펀드를 만들어 약 600억달러(약 66조원)를 글로벌 부동산, 주식, 금융자산 등에 투자했다. 론스타의 주장은 2003년 사들인 외환은행을 팔려고 할때 한국 정부가 승인을 늦추는 바람에 매각 가격이 급락, 큰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ISD란?

ISD는 ‘Investor-State Dispute’의 약자로 ‘투자자-국가소송’을 의미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대상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중재는 세계은행(IBRD) 산하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맡는다. 중재가 시작되면 ICSID는 중재재판부를 구성한다. 중재재판부는 소송 당사자 양측이 추천한 1명씩과 양측의 합의에 의해 뽑은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만일 합의가 되지 않으면 ICSID의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선임하도록 돼있다.

ISD는 투자유치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차별대우로 인한 손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제도다. 일종의 투자보호 조항이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10억달러를 외국에 투자했는데 투자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 등으로 큰 손해를 볼 경우 해당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론스타 소송의 쟁점

이번 소송은 론스타가 지난 2012년 11월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무려 46억7900만달러(5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ICSID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론스타는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미루는 바람에 가격이 떨어져 2조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론스타가 손해를 보았는지와 △론스타에 부과한 세금이 정당한지 여부다.

론스타 분쟁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 정부는 경영난에 처해있던 외환은행을 국내 다른 은행에 인수시키려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허사였다. 부실이 많은 외환은행을 사려는 국내 은행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 기업인 하이닉스와 대우건설 부실이 외환은행의 건전성에 큰 타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론스타는 약 12억달러(1조3000억원)를 들여 외환은행을 사들였다. 부실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다음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내온 론스타로선 외환은행에도 투자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을 것이다. 론스타에겐 외환은행 인수 2년 뒤 반도체와 건설 업황이 호황으로 돌아서면서 하이닉스와 대우건설 부실채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행운도 뒤따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경영이 나아지자 2006년 KB금융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다. 매각 금액은 투자한 돈의 두 배로 4조원 넘게 남길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전형적인 먹튀다, 막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 바람에 KB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기려던 론스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론스타는 이후 2007년 9월 HSBC와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HSBC는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정부는 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HSBC는 다음 해 9월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했으며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수많은 사람과 거래하는 은행업은 정부가 허가를 蠻宣?할 수 있다. 그래서 은행을 인수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론스타가 마침내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파는 데 성공한 것은 2012년. 매각 가격은 3조9157억원으로 HSBC와의 계약에 비해 2조원 작았다. 론스타는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승인 결정을 미뤄 HSBC가 인수를 포기했고 결과적으로 약 2조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승인을 미룬 것은 정당한 행정절차였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쟁점은 세금 문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외에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가지고 있었다. 국세청은 론스타가 스타타워 빌딩과 외환은행 주식을 팔면서 얻은 수익에 대해 85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사고 판 회사는 론스타 벨기에 법인(LSF-KEB 홀딩스)이고, 한국과 벨기에간에는 이중과세를 방지한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에 낸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에 불과하며 실제로 영업은 대한민국에서 했기 때문에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훈과 전망

론스타와 우리 정부 간 1차 심리는 15일부터 24일까지 열렸으며, 2차 심리는 6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진행된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단심제로 진행되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의 이번 ISD 소송 결과에 따라 후유증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관련 공무원을 색출해 단죄해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매와 관련, 매각차익과 배당금 등을 포함해 총 4조6600억원의 이득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돈만 빼간다는 ‘먹튀’ 논란이 커졌다.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국장은 논란이 된 정책을 추진한 죄로 300일간 옥살이를 했다. 이 광경을 본 공무원들은 ‘시키는 것만 한다’고 바짝 엎드렸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의 매각승인 지연으로 큰 손해를 본 것인지, 한국 국세청이 세금을 부당하게 매긴 것인지는 ICSID의 결정에 따라 판결이 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 짚어봐야 할 게 있다. 첫째는 ‘먹튀’ 논란이다. 정서상 론스타가 괘씸하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울 때는 ‘제발 투자해달라’고 애원하더니 이제 좀 배불러지니 ‘언제 그랬느냐’식으로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론스타도 큰 돈을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위험)를 안고 외환은행에 ‘베팅’한 것이다.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투자나 투자금 회수가 자유로워야 외국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 아쉬울 때 손을 내밀더니 형편이 좋아져 안면을 바꾼다면 어느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을 믿을만한 국가로 볼 것인가. 월스트리트 저널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10년간의 분쟁은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한국의 개방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전했다.

둘째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정책이 좀 더 투명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개방의 이점 중 하나는 복잡한 국내 이해관계로 인해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ISD도 역으로 활용하면 이런 이점을 챙길 수 있다. 이번 소송을 기회삼아 정부의 정책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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