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르면 6월 판결 예정
거래소, "당시 주가하락은 도이치 매도 때문" 감정결과 제출
이 기사는 04월29일(10: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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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11·11 옵션쇼크’를 일으킨 외국계 금융회사의 책임 여부를 묻는 판결이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2010년11월11일 사건이 일어난지 거의 5년만이다. 한국거래소가 당시 사건 당사자인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의 ‘매도 폭탄’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감정결과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재판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르면 6월 판결
증권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르면 6월 투자자들이 옵션쇼크와 관련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판결이 나온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다음달께 원고와 피고측으로부터 마지막 준비서면(변론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어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을 받고 변론을 종결키로 했다. 통상 판결은 변론종결 후 한 ?후에 나온다.
이번 소송은 KB국민은행, 키움증권, LIG손해보험 등 국내 10여개 기관투자가들과 개인 수십명, 미국계 헤지펀드 에버레스트 캐피털 등 외국 기관투자가까지 가세한 대형 건이다. 총 배상청구 규모가 약 2900억원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2011년2월부터 “옵션쇼크 당시 도이치측의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봤다”며 차례로 소송을 냈다. 옵션쇼크는 앞서 코스피200지수 옵션만기일이었던 2010년11월11일 벌어졌다.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은 이날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50분부터 갑자기 매도 물량을 쏟아부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코스피200지수 종목들을 직전 가격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무려 2조4425억원 어치나 매도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의 24.94%,금액으로는 31.68%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대규모 거래였다. 장 마감 직전까지 상승세였던 코스피200지수는 전일 대비 53.12포인트 하락했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콜옵션(살 권리)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여파로 당초 정해진 비싼 금액에 주식을 사야하는 상황에 처해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풋옵션(팔 권리)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은 대규모 차익을 냈다. 금융감독 당국 조사 결과 이들은 옵션쇼크 직전에 풋옵션 16억원어치를 사놔 홍콩지점은 436억원,한국도이치증권은 12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 "도이치 때문에 주가 하락"
이번 재판은 옵션쇼크 피의자에 대한 유·무죄를 가릴 형사재판이 지연되면서 함께 지연돼 왔다. 형사재판은 외국인 피의자들이 한국 법정에 서길 거부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연루된 5명 가운데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미국 뉴욕 도이치증권 전 외국인 직원 4명은 퇴사 후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고, 한국도이치증권 전 한국인 직원만이 재판에 나오고 있다. 민사재판부는 당초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 판결을 내릴 방침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형사재판에 구애받지 않고 재판을 진행해 왔다.
도이치측과 피해 투자자들은 민사재판에서 과연 도이치은행 등의 대량 매도가 실제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해 첨예하게 다퉜다. 도이치측은 “도이치은행 등의 대량 매도가 없었더라도 주가는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과 도이치측은 합의 끝에 이를 판정할 기관으로 한국거래소를 택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해말 도이치측의 대량매도가 없었다면 2010년11월11일 247.51p 였던 코스피200지수 종가는 252.55~252.88p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도이치측이 감정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감정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최근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거래소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투자자측 법무법인 민주의 백화명 변호사는 “형사재판이 지연된 가운데 피고와 원고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사건 내용도 복잡해서 재판이 늦어졌다”며 “도이치측의 불법이 명확한 만큼 형사재판 결과 없이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이치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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