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작년 여름부터 한국 언론에는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遊客)로 몸살을 앓고있는 이화여대를 조명하는 기사가 자주 실리고 있습니다. 정문의 배꽃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설, 이화(梨花)의 중국어식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해 순례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설 등 다양한 이유가 나돕니다. 덕분에 이화여대 앞 상권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하지만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요우커들도 적지 않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하소연합니다. 학생들 사진을 몰래찍어 포털사이트에 올리는가 하면 허락도 받지 않고 캠퍼스에서 웨딩 촬영을 하기도 하고, 수업중인 교실 창문 너머에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이화여대가 급기야 한국여행협회에 협조공문을 보낸 게 작년 7월입니다. 여행객의 강의실과 열람실 출입불가, 교내에서 웨딩촬영 불가, 개인동의 없는 사진촬영 불가, 쓰레기 투척 금지같은 내용이 들어있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화여대는 속앓이를 하고 한국관광공사 등은 한명이라도 더 요우커를 끌어와야겠다는 생각에 별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해법은 없을까요. 푸젠성의 명문대 샤먼대에 해법의 일단이 있다고 봅니다. 회계학 분야 중국일류대학으로 꼽히는 샤먼대는 1921년 중국 화교가 세웠습니다.아름다운 풍광 덕에 중국인들에게는 샤먼을 가면 꼭 들러야할 유명 관광명소중 하나로 꼽힙니다.인근 해수욕장과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샤먼대 교수로 재직했던 중국의 문호 루쉰의 조상도 볼 수 있습니다.
샤먼대 정문에는 놀이공원 같은 시설에 들어갈 때 있을 법한 줄을 세우는 시설이 설치돼 있습니다.중국 최대 인터넷검색 사이트 바이두의 여행안내 코너에 따르면 샤먼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시간대인 12시부터 14시까지 외부인에게 개방합니다.주말에는 전일 개방하구요. 신분증(외국인은 여권)만 보여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지만 입장 객수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샤먼대에 들어가면 다양한 기념품과 관련 도서를 파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샤먼대를 떠올리면서 생각나는 곳이 제주대입니다.얼마전 제주발전연구원 개원 18주년 기념 포럼 참석차 만난 김동욱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제주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던 요우커 일부가 제주대내 화장품을 판매하는 코너에 갔다가 싹쓸이를 한 적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샤먼대처럼 점심시간대에만 개방하고,요우커들의 유람 코스를 만든 지도를 배포하고 코스 곳곳에 이대 역사를 볼 수 있는 장소와 이대 마크가 달린 기념품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코너를 두면 어떨까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00만명을 넘어섰고,연간 1000만명 시대도 곧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요우커들이 몰려든다고 속앓이만 할게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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