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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고 대꾸한다고 고사총 처형…김정은의 '공포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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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총살

지시 불이행 사유로 재판없이 2~3일 만에 처형
권력 기반 허약·자존심 강해…'권력 중독증' 관측
국정원 "김정은 지도력에 회의적 시각 확산 증거"



[ 전예진 기자 ]
김정은의 ‘피의 숙청’이 다시 시작됐다.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 이후 1년5개월 만에 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에 해당)도 처형됐다는 첩보를 국가정보원이 입수했다. 핵심 간부들 사이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억누르기 위한 공포정치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말했다.

◆졸았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

국정원의 첩보에 따르면 현영철의 숙청 이유는 김정은에 대한 ‘불경(不敬)’과 ‘불충(不忠)’이다. 김정은의 지시에 말대꾸하면서 이행하지 않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등 의심을 살 만한 언행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김정은이 연설하던 중 현영철이 눈을 내리깔고 졸았던 일을 결정적인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졸지 말라”는 김정은의 경고를 어긴 최경성 전 특수군단장이 상장에서 소장으로, 김영철 대장이 상장으로 강등된 사례가 있다.

현영철이 쿠데타 등 김정은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반역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철저한 내부 고발 시스템과 감시 체계 때문이다. 대신 유일 영도체계의 10대 원칙 중 김정은의 권위 훼손(3조), 당 방침과 지시 집행 태만(5조),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선 순종하는 척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는다·6조) 등에 해당될 것이란 설명이다.

죄목에 비해 공개 총살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국정원 관계자는 “최고 존엄을 무시하는 행위는 북한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군부 다스리기 차원에서 김정은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는 정치적 식물인간”

현 영철 숙청 사건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장성택 숙청과 달리 현영철은 당 정치국의 결정이나 재판 절차 없이 체포 2~3일 만에 처형됐다. 뚜렷한 죄목 없이 군 핵심 간부의 총살을 단행할 만큼 군부 장악에 조급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현영철이 숙청된 지 약 2주가 지났음에도 북한의 공식적 발표가 없다는 것은 특이하다. 현영철은 북한 중앙TV나 김정은 기록영화에도 삭제되지 않은 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숙청 사실?공개되면 김정은 체제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주민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입단속에 나섰을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탄탄한 권력 기반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강압적인 통치 행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단적 처형을 일삼는 배경에는 허약한 통치 기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1년 아버지 김정일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권력을 이어받아 정치적 세력을 구축할 시간과 경험이 부족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30대 초반인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려면 강등 인사와 숙청으로 충성심을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자존심이 세고 고집이 강한 김정은의 성격도 공포정치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개인의 권력중독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반발을 불러오고 결국 권력층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고위 탈북자는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서 “김정은의 잔혹함이 지지 기반을 동요하게 했다”며 “김정은 정권은 3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는 살아있지만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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