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설 기자 ] 티몬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티켓몬스터는 청년 다섯 명이 3억원의 자본금으로 2010년 5월 창업한 벤처다. 출범과 동시에 놀라운 성과를 내던 이 회사는 1년3개월 만에 글로벌 소셜커머스업체인 리빙소셜에 팔렸다. 매각 대금이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눈부신 성공 이후 직장인들 사이엔 ‘티몬 현상’이란 게 생겼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언제든 창업해서 갑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복잡성 높아지면 위기에 둔감
묘한 것은 기업이 ‘티몬 현상’에 관심을 갖고 이를 회사 차원에서 활용해보려 한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라면 티켓몬스터 같은 벤처회사를 순식간에 수십 개 만들거나 인수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미래가 확실히 보이지 않으니 해오던 일을 하는 게 낫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수년 전 노키아 사례를 생각해 보면 이런 태도는 정말 위험하다.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 세계 1위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노키아가 2009년 갑자기 무너진 것은 기술 때문이 아니었다. 독자적인 기술이 아니라 협력 파트너들과 공생하는 생태계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장이 펼쳐졌고 노키아는 외톨이로 떠돌다 망 杉?
연구에 따르면 수천년 이어온 문명도 붕괴될 때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망한다. 공통적인 패턴도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다가 멸망의 사인이 갑자기 올 때는 거의 자포자기에 이른다는 점이다. 마야문명을 예로 들면 위기는 물 부족에서 왔다. 결국 전염병이 창궐하고 지하수까지 말라가자 난리가 났다. 마야문명 말기엔 기우제를 지내며 처녀는 물론 영아도 희생으로 바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지금 경계선에서의 저자 레베카 코스타는 “어떤 문제가 개인 인식의 한계를 넘는 복잡성을 가질 때 사람들은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인식의 한계를 넘는 위기가 닥쳐왔을 때 “다음 세대로 전가하는 길을 택했고, 이에 따라 문제는 점차 방대해지고 위태로워졌으며 결국 몰락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코스타는 복잡성을 넘어서는 ‘통찰(insight)’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지도자가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기업에선 이게 쉽지 않은 만큼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벤처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하는 일이다. 작은 기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론칭시키거나 인수하는 것이다. 마야문명을 예로 들면 젊은이들을 수백 개 그룹으로 나눠 물을 찾아 떠나 보냈으면 어쩌면 물로 인한 문명 붕괴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내벤처, M&A로 충격을
위기의 본질을 아직 모른다면 그 위기에 작은 몸집으로 정면 대응할 신생기업들을 만들거나 인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위기를 느끼게 되고 또 그 과정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전자가 최근 한 달에 한 번꼴로 정보기술(IT)기업을 인수하고 있는 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벤처 특공대를 투입하라. 그래야 일자리도 늘고, 기회도 생기고, 우연한 성공도 더 많아질 것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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