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밝은 도인 양성에 최선
남의 허물을 들추기보다
자기 행동부터 돌아봐야
[ 고재연 기자 ] “거울에 때가 있으면 상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울을 닦듯이 내 모든 이해관계와 집착을 내려놓고 텅 빈 마음으로 시작해야 상대를 이해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6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퇴설당(堆雪堂). 해인총림의 제9대 방장(方丈)에 추대된 원각 스님(사진)은 “한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 종교 등으로 대립해 마치 ‘불난 집’과 같다”며 “우리 근본 본성은 모두 통해 있다고 인정하고 비어 있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이 불을 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장은 강원, 율원, 선원 등이 있는 총림의 최고 어른이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원각 스님은 1966년 해인사 산내 암자인 약수암으로 출가했다. 1967년 은사 혜암 스님(1920~2001년·전 조계종 종정)을 만났다. 이후 47년 동안 참선 수행의 외길을 걸었다. 법호는 벽산(碧山), 원각(源覺)은 법명이다. 용성-인곡-혜암 스님으로 전해온 선맥을 이었고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해인총림 유나(維那) 등을 지냈다.
원각 스님은 “공부하다 죽어라”며 치열한 수행정진을 강조했던 혜암 스님의 엄격한 공부 지침을 선양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그는 “내가 한창 수행할 때만 해도 선방에서 자다가 눈을 떠 보면 대중의 3분의 1은 앉아 있을 정도로 참선에 매진했는데 요즘은 그만큼 사람이 모이지도, 치열하게 공부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곳 퇴설당은 ‘쌓여있는 눈 무더기’라는 뜻인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눈 무더기 같은 스님들이 모여 세상일에 관심 가지지 말고 참선에 매진하라는 의미”라며 “퇴설당에서 눈 밝은 도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의 대표적 선승이었던 인천 용화선원장 송담 스님이 탈종하는 등 불교계 전반에 쌓인 불신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원각 스님은 “종단에 남아 후학들을 지도하고 경책해야 할 큰스님이 떠난 것은 매우 아쉽다”며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의 가장 좋지 않은 풍습은 남의 과거 잘못을 들춰내는 것”이라며 “모두 이해관계 때문인데, 남의 허물을 캐서 시끄럽게 하는 나의 행동이 종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각 스님은 지난 3월 열린 산중총회에서 대원 스님과 경선 끝에 차기 방장으로 추천됐다. 경선으로 방장을 추천한 것은 1967년 해인총림 설립 이후 처음이다. 원각 스님은 “지난 1일 대원 스님의 74세 생일 축하 인사를 드리기 위해 공주 학림사를 방문해 총림 운영을 위한 지혜를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모두 부처님의 제자인 만큼 다른 생각 없이 서로 화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천=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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