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아시아 생산거점 인도에 빼앗기나
GM본사
"10년내 인도서 연 57만대 생산"…소형 스파크 등 3개 모델 곧 출시
한국GM
"글로벌 시장별 물량 조절일 뿐 R&D 등 한국위상 그대로" 반박
[ 박수진 / 정인설 기자 ] 한국GM이 ‘공장 철수설’에 이어 이번에 ‘생산·수출 거점 이전설’에 휩싸였다. 모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인건비가 싼 인도 쪽으로 대거 넘길 수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른 것이다. 한국GM 측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최근 GM 경영진에서 잇따라 나오는 한국GM 공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단순한 계획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인도시장 잠재력에 주목
GM이 인도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몇 년간 연간 300만대 안팎으로 정체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후 친기업정책과 소비활성화 대책 등으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70만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중국 등의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한 것과 대조된다.
GM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슈테판 야코비 사장은 “인도의 자동차시장은 지난해 300만대에서 2025년이면 8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GM의 내부 전략자료를 근거로, GM이 작년 말 현재 연간 28만2000대 규모인 현지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57만대로 키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소형 스파크를 비롯한 3개 신형 모델의 연내 현지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인도 생산량, 10년 내 한국 두 배로
GM 경영진은 그동안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150여개 해외 생산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했고, 태국 공장에서도 생산 감축에 나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M 글로벌 생산량의 20%를 차지했던 한국에서도 계속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비용 상승이다. 한국GM은 지난해 통상임금 논란이 불거지자 업계에서 제일 먼저 노조와 협상을 타결지었다. 파업을 우려해서다. 그전에도 잇단 파업으로 인건비는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다. 야코비 사장은 “지난 5년 동안 인건비가 50% 오른 곳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일본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생산량은 계속 줄었다. 한국GM의 생산량은 2005년 115만대를 정점으로 미끄러져 지난해 63만대까지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타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수출 중단이었다. 유럽 판매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이면 한국GM 생산량이 36만5000대 수준까지 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현재 인도의 두 배가량인 한국 생산량은 10년 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국GM “전략적 위상 유지된다”
한국GM 측은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국가별 생산량은 조절할 수 있지만 철수나 생산기지 이전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최근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고 인건비가 급속히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개발을 비롯한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에서 올해 신형 스파크를 내놓으면서 기존에 한국에서 생산하던 구형 스파크를 인도에서 생산하려는 것은 글로벌 차원에서 원래부터 세워둔 전략”이라며 “(로이터통신 보도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 다소 확대 보도됐다”고 말했다.
박수진/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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