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모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청와대와 정부, 공무원연금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 모두 뭇매를 맞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권한없는 국회가 월권을 행사해 개혁안을 후퇴시켰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고, 법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합의한 수용에 극렬 반대하고 있다.
◆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안 전격 합의
여야는 2일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담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또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구'를 만들어 오는 8월 말까지 운영하는 방안도 국회 규칙으로 정해 본회의에서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 특위의 활동시한인 이날 국회에서 만나 이런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야는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의 합의안을 존중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번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6일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실무기구 합의안은 지급률(연금액 비율)을 1.9%에서 1.7%로 20년에 걸쳐 내리고,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을 7%에서 9%로 5년에 걸쳐 높이는 게 골자다.
◆ 靑, 공무원연금개혁 타결에도 '부글부글'
여야의 합의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거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기대에 못 미치고, 공적연금 기능 강화 약속이 오히려 더 큰 짐을 지웠다는 이유에서다.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오는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했지만 공적연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절감분을 국민연금에 일부 투입하는 데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김 대표를 찾아와 여야의 정치적 합의에 강력히 반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특위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명시한 건 일종의 '월권'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것과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의 결과를 되돌리는 것은 정부로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다.
애초 의도했던 공무원연금의 구조개혁(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개혁)을 포기하고 모수개혁에 그쳤을 뿐 아니라, 모수개혁으로 발생하는 재정절감 효과마저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한 데 대한 아쉬움도 보여 향후 연금 개혁을 둘러싼 당·정·청의 갈등 소지도 남겼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강하게 반발해온 공무원 노동조합과 교직원단체 등 공무원 단체는 당정청이 당초 추진한 공무원연금 '구조개혁'을 저지하고 개혁의 속도도 늦추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투쟁기구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차원의 집단행동 등 강한 반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 단일안에 지도부가 합의했는지를 놓고 내부에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전공노 중앙집행위원들은 2일 회의에서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조합원의 의사에 반해 단일안에 합의해준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노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국회의 '개악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4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무성 "합의 과정에서 좀 잘못된 일 있어" 시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모처럼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좀(일부) 잘못된 일(부분)이 있지만 합의도 특위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잘 수습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특위를 만들어서 계속 조율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시 서상동 수로왕릉에서 열린 춘향대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원래 새누리당에서 시도하는 것과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국민대타협기구와의 합의 정책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공적연금 강화 차원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인상하는데 합의한 부분을 두고 청와대가 반발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국회에서 볼 때는 거기서(청와대) 지적을 하는 것은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bk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