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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 토론]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취득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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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선 기자 ]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는 현행 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변리사법 제3조에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과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변리사 등록을 한 사람은 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변리사업계에선 “변호사에게 별도의 검증절차 없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현행 제도는 변호사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며 폐지를 주장한다. 과학기술과 지식재산권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변호사에게 무작위로 변리사 자격을 주게 되면 변리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논리다.

변호사업계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들은 “학부에서 기초과학, 공학, 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한 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지식재산 분야에 대해 특성화 교육을 받은 이공계 출신 변호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변호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 자격 폐지를 담은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ㅎ횬?17대 국회에선 해당 상임위원회인 산업자원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막혀 폐기됐다. 18대 때는 해당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특허청에 등록(지난해 말 기준)된 변리사 8885명 중 변호사 출신은 5379명, 변리사 시험 출신은 2725명, 특허업무 경력자는 781명이다.

찬성 / “변호사에 변리사 자격은 이중혜택…지식재산권, 고도의 전문성 필요”

지재권 시장서 변리사 비율 90% 달해

1961년 변리사법 시행으로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의 변호사에게 자동 부여해온 변리사 자격을 폐지하는 변리사법 개정은 법 정의에 반하는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을 의미한다.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몇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은 반세기 이전부터 국가기술자격 면허에 대해 전문적 직업교육훈련과 실기능력의 성과를 검증해왔다. 선진국에선 하나의 전문면허에 대해 이중의 특혜를 부여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변호사 자격에 변리사 및 세무사의 두 가지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의 연원은 일제 식민법 문화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 변호사에게 법률에 근거해 변리사와 세무사 국가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엄에서 도출되는 실체적 평등에도 위반된다. 즉, 하나의 사법시험(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자격에 별개의 변리사 시험과 세무사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음에도 변리사 및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법률은 실체적 평등과 형식적 평등에 위반하는 것이다.

셋째, 변호사법 제3조에서 변호사의 업무 범위는 소송대리, 공증, 법률자문 등에 대해서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변호사의 업무 범위와 비교해도 너무 넓고, 변리사 자격이나 세무사 자격을 등록한 변호사의 직무능력은 전문직업교육훈련의 성과에 대한 검증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법의 법조윤리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 지식재산권의 출원, 심판 및 소송의 업무 처리에서 소비자들이 변호사와 변리사에게 의뢰하는 비율을 비교하면 전체 업무 처리 중 변리사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사실은 지식재산권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변호사보다는 변리사의 전문성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넷째, 변리사 자격을 자동 부여한 까닭은 1960~1970년대에는 이공계 대졸인력이 매우 적었고, 변리사도 소수만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문과학기술이 고도화되고 세분화되면서 모든 특허 수요에 단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됐다. 지식재산권(특허)의 수요자는 형식적인 소송 절차보다는 실질적 지식재산권의 내용 판단을 중시하고 있다.

다섯째, 특허 분야는 지식재산권 분야 중 일부분에 해당하고 지식재산권 분야도 고도로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과학기술 분야로 구분되므로 변리사도 자신의 전공 분야의 지식재산권 업무를 주로 취급하게 된다. 예컨대 화학 전공의 변리사가 전자나 철강 분야의 과학 지식 없이는 그 업무 처리가 어좆?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 그런 지식재산권의 법률적 보호 가치 존부(存否)에 대한 판단은 해당 전문과학 지식을 가진 변리사가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끝으로 오늘날 법률 서비스가 세분화돼 법률 소비자 역시 높은 수준의 전문 법률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은 전문직업교육훈련의 성과와 능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변리사 자격도 이공계의 과학직업교육훈련의 성과와 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개선이 요청되고 있다. 결국 변호사 자격에 변리사 자격의 자동 부여를 폐지하는 변리사법 개정은 실질적인 사법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불합리한 제도를 정상화하는 단초다.


반대 / “로스쿨 도입 후 특허 변호사 급증…변리사만의 영역이라 보기 힘들어”

美·日서도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 수행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는 1961년 12월23일 변리사법 제정 당시 도입돼 지금까지 50년 이상 유지돼 왔다. 2000년 1월28일 특허청 근무 경력자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변리사법이 개정될 때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는데 왜 지금 이 제도에 대해 변리사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일까?

그 주된 이유는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한 이래 그동안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큰 관?두지 않았던 지식재산권 분야에 변호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 데에 있다. 특히 이공계 출신으로 기초과학, 공학, 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한 뒤 법학전문v 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체계적 법률 교육까지 이수한 변호사가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 중 공학, 의학, 약학, 자연계열 출신 합격자 수는 1725명으로 변리사 시험 출신 변리사 수 2725명의 63%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변호사 수가 부족할 때 적은 비용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변리사 직역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변리사 시험을 통한 변리사를 배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 제도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몰각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변리사가 갖는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성을 이유로 변호사와의 차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변리사가 과연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차별적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변리사 시험 과목 중 기술 분야에 관한 것은 1차 시험의 ‘자연과학개론’ 한 과목과 2차 시험의 ‘전공기술 선택과목’ 한 과목에 불과하다. 2차 ‘전공기술 선택과목’의 경우에는 기술과목이 아닌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과목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이같이 변리사 쳬窩?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변호사와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하고 사법연수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분야의 소양을 쌓은 변호사가 변리사 시험을 통과한 변리사보다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재산권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은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소정의 시험을 통과한 특허전문변호사에게만 특허청을 상대로 한 신청대리와 법률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 역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당연히 변리사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 직역의 창설 및 운용은 해당 직역의 보호가 아닌 전체 국민의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변리사 업무를 변호사가 수행하도록 하는 선진국과 거꾸로 가는 방향이다. 또한 영국 미국 등 변리사 자격을 부여받은 외국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국내 변호사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결국 변호사에 대하여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현행 제도는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한국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뺏는다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 모습의 변리사 자격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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