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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 5시간 잠복하다 급습, 벽 뒤엔 밀실과 비밀통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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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경찰·여성가족부,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단속

업주들 순찰조 짜 단속 감시…경찰 얼굴·차 번호까지 외워
단속 나서자 문 막고 실랑이…숨어있던 성매수 남성 3명 '덜미'
여성들 차 앞에 누워 시위도



[ 강경민 기자 ]
30일 0시30분 대구 중심가인 도원동 달성네거리. 몇 시간째 잠복 중이던 장인수 대구지방경찰청 풍속광역단속팀장(경감)에게 한 통의 무전이 걸려왔다. 대표적인 집창촌인 ‘자갈마당’ 업소 안으로 남성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장 팀장은 군사작전을 하듯 곧바로 5명씩 편성한 3개조를 세 갈래 방향으로 자갈마당에 투입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대구지방경찰청과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이 벌인 대구 집창촌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일제 강점기 때 들어선 자갈마당은 성매매 여성이 몰래 도망가지 못하도록 소리가 나게 자갈을 깔아놨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한때 60곳이 넘는 업소가 영업하던 이곳은 지금도 36곳에서 11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9시부터 단속을 할 예정이었으나, 단속 낌새를 눈치챈 업주들이 업소 셔터를 내리고 불을 끄면서 무산됐다. 박노경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장은 “업주들은 집창촌 반경 500m 곳곳에 조를 짜서 감시인원을 배치한다”며 “이들이 경찰 얼굴을 알아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잠복한 채 기다렸다. 일부 경찰은 술 취한 행인 행세를 하고, 수염을 붙이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 변장도 했다. 곽동호 대구경찰청 생활질서계장(경정)은 “업소 종사자들은 경찰 얼굴과 차 번호까지도 외울 정도”라고 했다.

성매수 남성이 업소로 들어가자 경찰이 일제히 업소 앞뒤 출입문을 막았다. 10여개의 방이 있는 업소엔 총 세 곳의 방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50대 여성인 업주는 ‘열쇠가 없다’고 버텼고, 경찰은 5분여간 승강이를 벌인 끝에 방문을 열 수 있었다. 방 안에는 담담한 표정의 성매매 여성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벽에 있던 또 다른 문을 열자 비밀통로가 나왔고, 이곳엔 양복을 입은 30대 한 명과 20대 두 명 등 세 명의 남성이 있었다. 경찰은 이들과 성매매 여성 및 업주에게서 현장 진술서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을 적발한다 할지라도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경찰과 여가부가 이날 단속에 성공한 업소는 한 곳뿐. 곽 계장은 “한 업소에 경찰이 들이닥치면 다른 업소는 일제히 성매수 남성을 피신시키고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단속이 힘들다”고 했다. 단속을 끝내고 철수하려는데 수십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 차량 앞에 눕고 차량을 에워쌌다. 이들은 “과거처럼 업주들이 우리를 감금하는 것도 아니고 원해서 하는 일인데 왜 못 하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30여분간 이어진 농성은 경찰과 자갈마당 업주 대표와의 협상 끌에 간신히 풀렸다. ‘철수하라’는 업주 대표의 한 마디에 성매매 여성들은 즉시 자리를 떴다.

대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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