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스파이도 안보 위협"
중국 "전례없는 과잉조치"
[ 강동균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옥수수 종자 절도 사건에 반테러법으로 불리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을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가 된 ‘종자 도둑’ 사건은 2013년 12월 발생했다. 중국 동물사료회사인 ‘베이징 다베이농 테크놀로지(DBN)그룹’의 한 계열사 임원인 모하이룽(45)은 다른 7명의 중국인과 함께 몬산토와 듀퐁파이오니어의 특허 옥수수 종자를 전자레인지용 팝콘인 것처럼 속여 중국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됐다. 그들은 현재 보석상태에서 오는 9월 열리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모하이룽의 스파이 혐의를 잡고 FISA에 근거한 비밀영장을 발부받았다. FBI는 그 후 모하이룽의 휴대폰을 도청하고 차량에 도청장치를 장착했다. 또 수천 건의 이메일과 메신저를 사찰하고 가택과 사무실에 대한 비밀 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차근차근 수집했다.
WSJ는 이 사건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기업의 산업스파이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정 안팎에서는 단순한 산업스파이 사건에 테러리스트 대응을 위해 만든 FISA를 적용한 데 대해 과잉대응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FBI는 옥수수 종자 절도 행위가 자살 폭탄처럼 즉각적인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기업 비밀 절도는 국가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는 이번 옥수수 종자의 기술가치를 약 5억달러로 보고 있다. 변호인 측은 “기업비밀 분쟁에 불과한 사건에 FISA를 적용한 것은 전례가 없는 데다 과잉조치”라며 “모하이룽은 사업가이지 중국 정부 간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WSJ는 “법률 전문가들도 옥수수 종자 절도 사건에 FISA상의 수사기법을 사용한 것을 유례없는 일로 본다”며 “관건은 모하이룽이 소속된 DBN그룹과 중국 정부 간 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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