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종현 기자 ]
(1) 강력한 리더십
김 회장 - “한번 해보자” 경영복귀 후 잇단 대규모 수주
김 감독 - “지지 않겠다” 혹독한 훈련으로 패배주의 극복
(2) 외부인재 영입
김 회장 - 삼성전자 출신 남성우, 태양광 사업 주도
김 감독 - 삼성라이온스에서 데리고 온 권혁 대활약
(3) 포기않는 집념
김 회장 - 모두 말리는 이라크 신도시 건설 수주
김 감독 - 올 시즌 1점차 승부·막판 역전게임 증가
(4) 사람이 먼저다
김 회장 - ‘더 플라자’ 리모델링 기간 임직원 유급휴가
김 감독 - ‘빈볼 논란’ 이동걸 품으며 첫 승 유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작년 11월 경영에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삼성그룹과 2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올 들어서는 건설 석유화학 태양광 부문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힘이 빠져 있던 한화 직원들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김성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꼭 닮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작년 말 김 감독 취임 이후 한화 이글스는 확 달라졌다. 지난 26일 기준 12승10패로 10개 구단 중 4위다. 지고 있는 경기를 막판에 뒤집는 끈질김을 발휘해 팬들로부터 ‘마리한화’라는 별칭도 얻었다. 끊을 수 없는 마력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김승연식 경영’과 ‘김성근식 야구’의 공통점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동기를 유발하는 강력한 리더십
김성문 홍콩시립대 정책학과 교수는 “김 회장과 김 감독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리더십이라기보다 동기를 부여해 조직원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동기유발 리더십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작년에 복귀하자마자 광어회 600인분을 싣고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찾았다. 근로자들은 환호했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김 회장은 올해 21억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사회기반시설 건설 사업을 추가로 따냈다. 한화큐셀에서는 1조원대 태양광 모듈을 수주했다. 한화 관계자는 “몇 년 동안 그룹을 지배했던 패배주의가 말끔히 가시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변했다”고 전했다.
김성근식 야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지옥훈련’이다.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틔쳄?거치고 나면 선수들 사이에 ‘절대 지기 싫다’는 승부욕이 저절로 생긴다고 한다.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김 감독과 함께한 정근우 선수는 “지금 선수단 분위기가 선두를 질주했던 김 감독의 SK 시절을 닮았다”고 말했다.
과감한 선수 영입과 M&A
김 회장은 외부 인재 수혈에 적극적이다.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한화건설의 이근포 사장은 대우건설, 한화큐셀의 남성우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부사장)는 동부화재에서 일했다. 인수합병(M&A)에도 과감하게 나섰다. 2002년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을 비롯해 2012년에는 독일 큐셀을, 작년 11월에는 삼성그룹 4개 계열사를 인수했다.
한화 이글스의 호성적을 이끌고 있는 주역도 ‘이적생’이다. 1등공신으로 꼽히는 투수 권혁과 타자 이성열은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에서 옮겨왔다. 타자 이용규와 정근우도 작년부터 팀에 합류한 외부 출신이다. 김 감독은 “팀에 도움이 된다면 시즌 중 트레이드도 언제든 오케이(OK)”라고 말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
김 회장은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따냈다. 2014년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하면서 이라크 정세가 불안해졌다. ‘비스마야 철수론’이 나왔지만 김 회장은 “최악의 상황이 와도 비스마야 현장을 마지막까지 지키겠다”고 일축했다. 이런 집념은 비스마야의 사회기반시설 공사 추가 수주로 이어졌다.
한화 이글스 야구는 매 경기 한국시리즈 7차전을 연상시킨다. 포기하는 법이 없다. 올 시즌 한화 경 ?중 1점차 승부가 6경기(27.3%)였다. 경기 초반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올 시즌에는 지더라도 쉽게 포기하는 경기가 없을 것”이라던 김 감독의 집념이 반영된 결과다.
구성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의리
한화그룹의 사훈은 ‘신용과 의리’다. 서울시청 앞 더플라자호텔이 2010년 6개월 동안 리모델링에 들어갔을 때 600여명의 임직원은 모두 유급휴가를 갔다. 직원들의 수입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김 회장의 결정 덕분이었다.
‘선수들을 혹사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는 김 감독이지만 본인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3게임 연속 던지게 한 투수가 없을 정도로 선수들의 건강을 배려한다는 얘기다. 투수 이동걸이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빈볼 시비’로 5게임 출장정지를 받았지만 김 감독은 그를 1군에 그대로 뒀다. 이동걸은 지난 25일 SK 와이번스전에서 2007년 데뷔 후 첫 승을 올렸다. 선수에 대한 신뢰가 낳은 ‘인간승리’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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