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펴놓고 집단 토론…
학습형태 바뀌며 학생 북적
"소음 있지만 집중은 더 잘돼"
[ 박상용 기자 ] “자리는 잡으셨나요? 시험기간이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9시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앞의 한 카페. 직원은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밤 11시까지도 자리가 나지 않을 수 있다”며 이같이 안내했다. 두 개층에 100개가 넘는 좌석은 노트북을 등을 펴놓고 시험 공부에 열중하는 대학생으로 꽉 차 있었다. 카페를 찾았다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학들이 중간고사를 치른 지난 한 주간 대학가 카페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험기간이면 으레 도서관을 찾아 공부했던 30대 이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학생들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유로 ‘학습 형태의 변화’를 꼽았다. 혼자 앉아 책을 보며 공부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노트북을 이용하거나 팀을 이뤄 토론한다는 것이다. 정선원 씨(26·성균관대 역사학과)는 “요즘엔 강의 자료가 대부분 PPT나 PDF 등 컴퓨터 파일이고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조별 발표를 준비해야 할 때가 많아 노트북을 쓸 일이 잦다”며 “노트북 조작에 따른 소음 등 눈치 보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한성대에 재학 중인 이석범 씨(24)는 “도서관처럼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면 오히려 졸리고 답답하다”며 “카페에서 공부하다 보면 소음이 거슬리지 않고 집중도 잘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간의 소음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시카고대가 2012년 3월에 발표한 소비자연구저널에 따르면 50~70데시벨(dB)의 소음은 완벽한 정적 상태보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한국산업심리학회도 정적 상태보다 약간의 소음이 있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좋아지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대학이 밀집한 서울 신촌 일대에는 ‘맞춤형 스터디 카페’도 등장했다. 스터디 그룹에 방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던 기존 스터디 카페와 달리 1인용 룸, 사물함, 개인 스탠드, 빔 프로젝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5개월 전 이화여대 앞에 스터디 카페 ‘라이크어랩’을 연 권은희 사장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내부를 꾸몄다”며 “특히 시험 기간에는 손님이 많아 평소(오후 10시)보다 한 시간 연장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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