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일본경제
엔저 바람 타고 수출 7개월 연속 증가
유가하락 호재…소비심리도 되살아나
[ 도쿄=서정환 기자 ]
작년 4월 소비세 인상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대규모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세 가지 화살’이 경기회복이라는 ‘과녁’을 향해 다시 날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3월 무역수지는 엔저 효과에 따른 수출 증가로 2년9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닛케이225지수도 무역흑자 소식 등에 힘입어 15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20,000을 돌파했다.
○아베 2차 내각 후 첫 무역흑자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고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은행은 작년 10월 추가 양적 완화에 들어가 연간 80조엔(약 7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의 본원통화량은 지난 15일 300조엔을 돌파해 2년여 만에 2배로 불어났다. 돈을 대거 풀자 엔화값은 떨어졌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120엔 근처까지 내려앉아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후 40%가량 하락했다.
엔저 덕분에 기업 수출이 살아났다. 재무성에 따르면 3월 무역수지는 2293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첫 흑자다. 엔저 효과로 수출은 증가한 반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입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3월 수출은 8.5% 증가한 6조9274억엔으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들이 엔저에 수출단가를 내리면서 수출 물량도 함께 늘었다. 3월 수입은 14.5% 감소한 6조6981억엔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화가치 절하가 당장은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되지만 일정기간 뒤 수지가 개선되는 ‘J커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증가와 국제 유가 하락에 일본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1.13% 상승한 20,133.90에 마감했다. 200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도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상장사들의 경상이익은 22조2600억엔으로 7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 1%대 후반 성장 전망
일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4분기 1.5%(연율 기준) 늘어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2.2% 증가할 전망이다. 작년 4월 소비세 인상 후 급랭했던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3월 소비자태도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기업 부문에 개선이 나타나는 등 완만한 회복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경기판단을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2015회계연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1.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앞날에 불안 요인도 있다. 수도권에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지방은 아직 회복세가 미약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경기회복을 체감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재계단체 게이단렌에 따르면 2015년 대기업 임금인상률은 2.59%로 199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임금 인상이 확산될지는 불확실하다. 무역수지 흑자 전환이 환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토 히가로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으로 낮아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후카오 교지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금융·재정 정책은 단기 정책으로 아베노믹스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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