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종 기자 ]
창업의 꿈을 키워주는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지던 크라우드펀딩이 이색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달걀의 99%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평생을 지내는 닭들로부터 나온다. 스트롱에그협동조합은 ‘행복한 닭이 건강한 달걀을 낳는다’는 철학에 따라 A4용지보다 작은 닭장(케이지)에 갇힌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울타리 안에서 달걀을 생산한다. 이 회사가 세간의 화제가 된 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www.wadiz.kr)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면서부터다. 모금액(70만원)은 크지 않았지만 양계 실상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크라우드펀딩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소액의 돈을 십시일반 모아 투자에 활용하는 자금조달 기법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특히 자본 투자가 부족해 발전속도가 더뎠던 농·축산 언론 출판 등 전통산업이 크라우드펀딩과 결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박달마을의 50대 청년회원 7명은 토종 콩을 판매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수요가 적은 토종 콩만을 따로 파는 것보다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 부가가치를 높이기로 한 것.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데는 ‘농사펀드’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도움이 컸다. 일정액을 후원한 사람에게 잡곡 꾸러미를 보내주는 식으로 목표액 대비 111%인 300만원을 모았다.
신문과 출판 등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산업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표 인터넷 업체 다음카카오는 크라우드펀딩 기반 뉴스 생산 플랫폼 ‘뉴스펀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뉴스펀딩은 누적매출 9억원을 모으며 언론의 새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출판 시장을 살리기 위한 크라우드펀딩도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북펀드’는 중소형 출판사를 돕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독자들은 등록된 프로젝트 중 마음에 드는 도서를 골라 원하는 액수만큼 투자한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로 재탄생한 ‘허허동의보감 1’은 1200만원을 모으는 등 인기를 끌었다.
크라우드펀딩은 롱테일 경제를 실현한다. 롱테일 경제란 미국의 경영전문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주창한 개념으로 인터넷의 발달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면 상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요 예측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창업 기업이 싹틀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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