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2억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계약자 30%가 30대 이하
"집값 더 뛰기 전에 집 선물"…모델하우스마다 상담 늘어
마포 푸르지오 오피스텔도 계약자 18%가 30대
지방 자산가들도 서울 투자
[ 조성근 기자 ]
지난 16일 서울 문정동 ‘래미안 용산 SI’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서는 50~60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와 30대 자녀들이 함께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녀와 함께 상담석에 둘러앉아 대출 규모 및 조건 등을 묻는 장년층도 적지 않았다. 김상국 삼성물산 분양팀장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장년층 부모들이 입지 여건이 좋은 중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자식에게 사주기 위해 함께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며 “집값이 더 뛰기 전에 자식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주택 사주기 ‘붐’
대형 건설사 분양팀장들은 최근 분양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자식에게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주는 베이비부머가 늘었다는 점을 꼽았다. 삼성물산 등 10개 대형 건설사 분양팀장 중 9명은 새집 증여를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로 들었다. 올 들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서울 마포 등에서 주택을 공급한 대우건설의 신상렬 분양팀장은 “큰 집 한 채를 판 뒤 작은 집 두 채를 사서 한 채는 자기가 거주하고 한 채는 자식에게 주려는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독산동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롯데건설의 노규현 분양팀장은 “모델하우스에 동행한 부모가 자식들에게 집을 사라고 등을 떠미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며 “자식 명의로 계약하지만 중도금 잔금 등을 부모가 도와준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서 아파트를 선보인 SK건설의 서호성 분양팀장도 “집으로 시세차익을 본 베이비부머 세대는 집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 자식이 무주택자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수도권 거주자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제주 등 지방의 자산가들도 자식에게 서울 중소형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을 사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른자위 입지 선호
분양팀장들에 따르면 자식에게 사주는 집은 대부분 노른자위 입지에 자리 잡고 있는 중소형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이다. 주택의 경우 주로 강남권 중소형 주택이 대상이다. 이왕이면 앞으로 집값이 오르거나 적어도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을 사주는 것이다. 실제 서울 반포동 대림 아크로리버파크 계약자 중 29.6%는 30대 이하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84㎡형 분양가가 최소 12억원인 집을 30대가 사기는 쉽지 않다”며 “자산가들이 자식에게 사주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서울 홍대상권, 용산 등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한 것을 선호한다고 분양팀장들은 전했다. 대우건설이 홍대 권역인 합정역세권에서 공급한 마포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계약자 18%가 30대였다. 분양대행사 미드미디앤씨의 이월무 대표는 “자산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공실”이라며 “비싸더라도 상권이 잘 발달해 있고, 향후 신규 공급물량이 나오기 어려운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편법 증여라는 시각도 나온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중도금 잔금을 자식 대신 내주는 사례가 흔하지만 자식이 직업이 있는 경우 소득 증명을 할 수 있어 증여세 추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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