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코스피지수가 4년 박스권을 뚫고 나옴에 따라 지수 상승의 원동력이 된 '외국인' 순매수가 고점에 다다른 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일 순매수가 이어진 탓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를 넘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가파른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은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외국인 순매수가 고점을 찍은 후 감소하는 과정에서 '차·화·정'(자동차 화학 철강)의 수급이 방향을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 외인, 올 들어 누적 순매수 5조 돌파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5조원(5조995억원)을 넘어섰다.
연초만 해도 매도세로 일관하던 외국인은 2월 말부터 매수로 전환한 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매수 규모를 확대했다.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이달 들어서만 1조901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오후 1시43분 현재도 외국인은 2143억원 어치를 매수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앞으론 외국인 순매수가 둔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磯募?분석이 제기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올 들어 선진 증시로 243억 달러 자금이 들어온 반면 신흥 시장에서는 160억 달러가 유출됐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를 기록하는 건 한국이 신흥 시장 내 자금 재배분의 혜택을 누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 이사는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 시장 선호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며 "단순히 단기 모멘텀에 의한 비중 조정이 일단락되면 외국인 순매수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1분기 실적(잠정)을 내놓았지만 기타 경기민감 업종(화학, 에너지, 철강, 조선 등)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는 과도하다는 게 유 이사의 판단이다.
그는 "국제유가 하락과 같은 원가절감 요인을 고려해도 지난해보다 59% 증가한 4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는건 무리"라며 "본질적 경쟁력 개선도 없고 매출도 정체인데 마진만 크게 개선된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 부진했던 자동차·부품 업종 실적이 1분기 전체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이 업종에 대한 눈높이는 한달 전 보다 소폭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 순매수 변곡점, 미 금리 인상 여부…5월 주목
경기민감 업종의 수급 상황이 외국인 고점 여부를 가늠해줄 잣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운송, 철강, 에너지 업종 등은 외국인 순매수 감소 전 먼저 순매수 고점이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최대에 달한 후 감소하는 국면에서 호텔·레저, 은행, 미디어·교육, 증권, 필수소비재 업종은 외국인 순매수가 증가했다"며 "반면 운송, 철강, 비철금속, 조선, 건강관리 등 업종은 누적 순매수가 고점에 이르기 전 먼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 순매수 뿐 아니라 업종 시가총액을 통해 살펴봐도 마찬가지"라며 "경기방어주인 필수소비재, 통신서비스를 제외하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감소한 후에도 시가총액이 증가한 업종은 호텔·레저, 증권, 보험 등"이라고 말했다.
기계, 조선, 화학, 철강 등은 시가총액이 순매수 고점에 다다르기 전에 이미 고점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30일간 업종별 외국인 순매수 추이를 보면 비철금속, IT가전, 조선, 철강, 에너지 업종은 외국인 매수세가 양호하다는 게 안 연구원의 분석.
따라서 이들 업종의 수급 변화는 유심히 관찰해야 하지만 외국인 순매수가 아직은 더 들어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 연구원은 "순매수에 변곡점이 발생하는 때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 논쟁이 재차 불거지시 시작할 때"라며 "그 시기는 5월 중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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