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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구론'에 지쳐…철학·불문과 학생도 컴퓨터공학 복수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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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로 몰려가는 문과 대학생
창업·취업 '이공계 약진'에 자발적 탈문과

서울대 '코딩 연습' 수강 56명 중 13명이 문과생
40㎞ 떨어진 공대캠퍼스에 가 수업듣는 학생도



[ 오형주 / 박상용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대 302동에서 열린 ‘프로그래밍(코딩) 연습’ 수업.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 강의의 수강생 56명 중 13명은 문과 출신 복수전공·부전공생이 채웠다. 이번 학기부터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을 시작한 이기웅 씨(24·경영학과)는 “하고 싶은 정보기술(IT) 분야 창업에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 복수전공을 택했다”고 말했다.


인문사회캠퍼스가 있는 서울 명륜동에서 40㎞ 넘게 떨어진 경기 수원의 성균관대 공대(자연과학캠퍼스)에서도 공학을 복수전공하는 문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모씨(23·소비자가족학과)는 “왕복 3시간 걸리는 서울과 수원캠퍼스를 학교 셔틀버스로 오가며 컴퓨터공학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수년간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문과 전공자들이 공대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크게 늘었? 의대 열풍으로 한동안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컴퓨터공학 관련 학과들은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에 시설과 강습인력 부족까지 호소하고 있다.

○취업·창업 위해 공대 찾는 문과생

문과 대학생들이 컴퓨터공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취업과 창업에서 차지하는 프로그래밍 기술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도 경쟁적으로 소프트웨어(SW) 인력을 늘리고 있다.

SW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삼성이 2013년 인문학과 IT를 융합한 프로그래머 양성을 목적으로 SCSA 전형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연간 400명의 문과 전공자를 프로그래머로 뽑기로 결정하자 SW에 대한 문과생들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해 서울대에서는 ‘문과 탈출’을 슬로건으로 내건 프로그래밍 동아리가 생겨났다. 이 동아리에 가입을 신청한 76명 중 53명(약 70%)이 문과생들이었다.

컴퓨터공학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컴퓨터공학 개론’ 수강생(818명)이 ‘경제학 개론’(711명)을 넘어서며 최고 인기과목으로 떠올랐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학부생의 90%가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코딩 수업을 수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광 받는 컴퓨터공학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등 각 대학의 SW 관련 학과들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공대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 학과였다. 서울대는 ‘86학번 트로이카’라 불리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이준호 NHN엔터 회장(83학번) 등 한국 IT업계를 이끄는 창업자를 다수 배출했다.

그러나 2000년을 전후해 ‘벤처붐’이 꺼지면서 관련 학과들은 10여년간의 암흑기를 보냈다. SW 개발자들이 푸대접 속에 ‘4D직종(difficult, dirty, dangerous, dreamless) 종사자’라고 자조했던 시기다. 2000년 130명에 달하던 한 학년 정원도 전기·컴퓨터공학부로 모집단위가 묶이면서 2011년에는 1학년을 마치고 전공 진입을 신청한 학생이 45명에 불과했다. KAIST 전산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이나 정원(50명)을 채우지 못했다.

어려움을 겪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가 다시 떠오른 것은 한국에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던 2011년부터다. 그해 전기정보공학부와 모집단위를 분리하면서 학생 충원에 대한 걱정도 해소됐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장은 “올해는 서울 소재 의대에 중복 합격하고도 들어온 입학생이 상당수”라며 “문과 출신 복수전공생도 늘어나 강의와 시설 확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코딩

coding.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 C언어, 자바, 파이선 등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오형주/박상용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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