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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데스크] 실리콘밸리를 부러워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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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영 국제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4월19일은 ‘무어의 법칙’이 탄생한 지 50주년 되는 날이다. 미국 페어차일드반도체의 연구개발실장이던 고든 무어는 1965년 4월19일 발간된 잡지 ‘일렉트로닉스’에서 “집적회로(IC)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는 18개월마다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무어의 주장은 반도체 기술 발전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리고 반세기 동안 세계 반도체 기술의 혁신을 이끄는 법칙으로 작용했다.

무어의 법칙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실리콘밸리와 관련이 있다. 무어가 1968년 반도체 회사 인텔을 공동 설립한 후 반도체산업이 성장하면서 지역 이름도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을 따 실리콘밸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무한도전

실리콘밸리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신기술 등장에 따라 주도기업이 바뀌었다. 휴렛팩커드(HP)를 비롯해 인텔 애플 구글 시스코 등 기존 강자와 페이스북 트위터 에어비앤비 우버 등 젊은 기업까지 어우러져 세계 정보기술(IT)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융합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몰려와 구글 애플 등과 스마트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무인자동차 주행 시험을 하고 있고, 델파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자율주행차로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활동 무대는 우주까지 뻗어나간다.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가 대표주자다. 머스크는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를 설립해 화성 여행에 도전하고 있다. 우주선을 발사한 뒤 분리된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도전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15년 만에 5000선을 돌파하면서 2000년 최고치 수준에 근접했다. ‘닷컴 버블(거품)’이 꺼진 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실리콘밸리를 지탱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다.

도전정신 꺾는 한국의 규제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창업 열풍이다. 제2의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를 꿈꾸며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벤처투자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483억달러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벤처 지원 정책에 힘입어 투자가 늘어나고, 벤처기업 수는 올해 초 3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성장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지금은 기존 산업과 IT의 융합이 대세다. 금융과 IT가 만난 핀테크, 자동차와 IT가 융합한 스마트카, 의료와 IT가 결합한 스마트헬스 등이다. 외신에는 이들 분야에 대한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국내에서 핀테크나 스마트헬스 등은 규제와 기득권의 벽에 막혀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핀테크 활성화를 외치지만 관련 법안이 손질되지 않아 지급결제에만 머물러 있다. 원격의료는 시범사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 경쟁자들은 한참 앞서 달리는데 출발선에 서지도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같은 무한도전을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경쟁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양준영 국제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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