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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어느 글로벌 기업의 '한국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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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


김모씨(56)는 한 외국계 기업에서 두 달 동안 인턴생활을 했던 딸을 생각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한 딸은 서울 상위권 대학 산업디자인학과에 들어가 어느덧 졸업반이 됐다. 딸은 올해 초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A사 한국지사에 인턴으로 합격했다.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김씨는 최고의 기업에 들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딸을 위해 정장을 사주며 축하했다.

딸은 열심히 인턴생활을 했다고 한다.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했지만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퇴근 후에도 계속 일했다. 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월급은 고사하고 밥값, 교통비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 김씨의 하소연이다. 정규직 전환도 물론 없었다.

김씨는 “아무리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하다지만 글로벌 기업들까지 공짜로 젊은이들을 부려 먹는 것을 보니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행여 딸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회사 측에 항의도 못했다고 했다.

김씨 딸처럼 ‘열정페이(일을 배우는 대가로 무급 또는 적은 보상만을 받는 것)’로 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올?대학생 3400명을 대상으로 한 ‘대외활동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36%는 “열정페이를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김씨 딸이 다닌 A사는 세계적 정보기술(IT)기업이면서 한국에서도 젊은이들로부터 ‘일하기 좋은 기업’에 뽑힌 곳이다. 더욱이 이 회사의 미국 본사는 인턴들에게도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사가 지난해 본사 인턴에게 지급한 평균 월급은 6000달러가 넘었다. 숙소와 교통편 제공은 기본이고 월 보수도 정규직 못지않았다.

미국과 한국의 인턴은 다를 수 있다. 한국의 인턴은 직무경험과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채용의 성격이 강하다. 또 인턴을 선발할 때 부터 내거는 조건이 같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글로벌 기업들마저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한국 젊은이들의 상황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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