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주최, 한경 후원 '토크콘서트 생.동.감'
268일 1만8500여㎞ 자전거 여행
황인범 대표, 군에서 계획 세웠죠
김광호 원장 강의…걸그룹 공연도
[ 최승욱 기자 ]
“외출이 제한되고 사회와 단절된 느낌을 주는 군대에서 병사에게 허락된 것은 어마어마한 시간입니다. 전역 후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생각하며 꿈꾸면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3시 경기 연천군 수레울아트홀 대강당. 육군 5사단 병사 600여명이 2009년 3월부터 12월까지 268일 동안 19개국에 걸쳐 1만8500여㎞를 대학 선배와 자전거로 여행한 황인범 대표의 열강에 귀를 쫑긋 세웠다. 서울 대학로에서 추로스 카페를 운영 중인 황 대표는 후배 장병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육군본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1사1병영 육군 토크콘서트 생.동.감’ 무대에 올랐다. 황 대표는 “2007년 12월 말 제대하기 전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짰다”며 “군대는 나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한 병사가 여행비용을 묻자 “아르바이트와 과외비로 장비를 사고 고작 200만원이 남았다”며 “농장에서 일해 돈을 충당하자는 각오로 출발한 뒤 고비사막에서 죽을 위기도 겪었지만 블로그에 올린 여행기 덕에 후원금 1500만원이 들어오면서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김광호 콤비마케팅연구원장은 “외환위기 직후 정리해고를 당했지만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저술가인 톰 피터스를 내 가슴에 영웅으로 품고 모방하고 학습한 결과 대기업에서 알아주는 명강사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애벌레가 애처롭다고 허물을 대신 벗겨주면 죽는 것처럼 난관과 고난을 뚫어야만 성장한다”며 “여러 지휘관과 선임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군 복무 시절이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라고 강조했다.
강의 전후로 불가리아에서 온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디아나와 러시아 출신의 전자첼리스트 안나, 키보디스트 주성희로 구성된 ‘디얼스’가 신나는 음악으로 흥을 돋웠다. 27연대 3대대 옥일성 상병은 댄스팀 ‘얼루어’와 춤을 춰 장병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주창환 5사단장은 이날 ‘소원추첨 이벤트’에 나와 5사단에서 복무 중인 지종근 상병과 지효근 이병이 5사단에서 전차를 28년간 정비해온 아버지 지선구 준위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특별휴가증을 끊어줬다. 3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오는 6월 전역하는 지 준위는 “두 아들이 천하무적 열쇠부대를 지키는 동안 나는 집을 지키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주호 병장(본부근무대)은 “군 생활에서도 어떤 목표를 갖고 복무하느냐가 남은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조윤호 일병(헌병대대)은 “오랜만에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을 함께하면서 몸과 마음이 치유됐다”고 말했다.
연천=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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