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마음놓고 중소기업을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다”는 박종훈 한국전략경영학회장의 주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통상 아이디어로 창업해 제품화까지 3~4년, 기업공개(IPO)까진 13년이 걸리지만 기술을 대기업이 사주면 창업에서 성공까지 5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청년창업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결, 혁신생태계 조성이란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벤처투자업계에선 너무도 당연한 진리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한 신생기업이 IPO까지 기나긴 시간을 버티라는 것은 죽음의 계곡으로 떠미는 것과 진배없다.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지만 투자금 회수에 병목현상을 빚어 생태계 형성이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벤처투자금의 70% 이상이 자금 상환이나 프로젝트를 통한 회수이고 M&A는 고작 0.5%뿐이다. 미국 중국에선 M&A를 통한 회수가 70% 이상인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사모펀드 출자 규제완화 등 대기업의 M&A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면 당장 문어발이니, 기술 탈취니 비난부터 쏟아진다. 관료들은 M&A는 투자로 안 보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수준의 발상에 갇혀 있다. 대기업은 각종 출자규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운신의 여지도 별로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 10개월간 성사시킨 8건의 M&A 가운데 국내 기업은 단 한 건도 없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저성장의 돌파구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 정책자금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데도 중소기업은 항상 돈가뭄이다. 오히려 창업단계에 편중된 눈먼 정책자금이 시장의 창업·투자·회수의 생태계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해 숨통을 틔워준다면 뛰어난 인재들이 더 많이 창업에 뛰어들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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