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또다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GDP의 6.3%), 외환보유액(3627억달러) 등을 볼 때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도 한국이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내려가야 할 환율을 한국 외환당국이 붙잡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외환당국은 환율이 급등락할 때 미세조정을 시도할 뿐, 원화가치 절하를 유도하는 인위적 개입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반박한다. 지난 9개월간 원화가치가 8.8% 하락했지만 이는 금리 인하, 달러 강세, 엔화와의 동조화 때문이지 개입 탓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미국이 대미 무역흑자 국가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유독 한국을 지목한 것은 영 개운치 않다. 일본이 조작에 가까울 만큼 엔저를 유지해도 아무 언급이 없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 조야의 최근 기류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안보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들어오라고 할 때는 미적거리기만 했던 한국이다. 그러는 동안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선언했다. 이런 한국의 행보가 곱게 보일 리 없을 것이다.
한국은 TPP 타결이 임박해서야 협상에 들어가려다 미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쌀시장 추가개방 등 더 비싼 입장료를 요구받는 처지다. 소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운운하며 저울질하다 자칫 죽도 밥도 안 되게 생겼다. 환율 다음엔 무슨 얘기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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