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발판 삼아 정치 진출…경영난에 검찰 수사까지 겹쳐
9일 유서를 남기고 잠적 후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정치인형 기업인'으로 통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며 250억 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800억 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1985년부터 10여년간 대아건설 회장을 지낸 데 이어 2004∼2012년에는 도급 순위 26위권(작년 기준)의 경남기업 회장으로 재직하는 등 건설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있는 인물이다.
성 전 회장이 일반 대중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계기는 2000년 대 초반부터 정치권에 깊숙이 발을 담그면서부터다. 그는 2003년 충청권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맡아 김종필 당시 총재를 보좌했고,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측면지원했다.
당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직후 잠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역할을 맡기도 했다. 나중에 'MB맨'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2012년 선진통일당 소속으로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에서 19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치적 보폭을 넓히려던 와중에 공직선거법에 걸려 정치권과의 인연도 끝을 맺는다.
총선 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주민을 지원한 게 문제가 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작년 6월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 원이 확정돼 의원 배지를 반납했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세가에서 'MB맨'으로 지칭하는데 대해 매우 억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MB맨이 아니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도 사실과 다르다'며 눈물로 결백을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5시간 가량 앞둔 이날 오전 5시11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간 뒤 자취를 감췄다.
운전기사와 아들이 경찰에 신고한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으나 성 전 회장은 오후 3시32분께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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