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도로 철도 등 공공사업에서 민간자본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가 역점을 둬온 경전철이나 서울 서남부를 성처럼 가로지르는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 같은 사업에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민자사업은 이미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크게 봐서 위험을 민간이 떠안는 수익형(BTO)과 정부가 부담하는 임대형(BTL) 방식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하기로 한 모델은 손실과 이익(요금결정권)을 모두 민간자본이 갖는 BTO 방식을 변형한 것이다. 손실이든 이익이든 민간과 정부가 절반씩 나누는 위험분담형(BTO-rs)과 이보다 민간의 리스크를 적게 한 손익공유형(BTO-a)의 두 모델이다. BTO-rs는 철도나 경전철 사업을, BTO-a는 환경관련 시설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재정이 취약한 상황에서 투자 방식을 좀더 다양하게 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확대해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BTO든 BTO의 변형모델이든 민자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요건은 간단하다. 이익이 나야 하고, 정당한 이익은 보장돼야 한다. 이익이 안 나는 사업에 팔목을 비틀어 민자를 끌어들일 수도 없지만, 이익이 조금 난다고 어거지로 사업구조나 운영방식을 바꿔선 안 된다.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맥쿼리가 중도에 손 털고 나가게 하는 우격다짐으로는 자본을 끌어들일 수가 없다. 발주처 서울시가 사후개입으로 BTO 모델의 기본을 흔들어버려 투자자가 없어지자 결국 기획재정부가 변형된 방식을 내놓게 된 것 아닌가.
저금리 시대라고 해서 예상수익률을 무조건 낮추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낮은 수익에도 사업이 진행된다면 부실화나 은밀한 이익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민간투자를 가로막았던 법적·행정적 제약요인도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자기자본 구성비율, 대기업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서류상 시행자들의 계열편입 문제, 복잡한 행정절차 등 업계의 고민도 잘 들어볼 필요가 있다. 화장실 찾을 때와 나올 때가 달라서는 뛰어들 국내외 자본은 없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