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갑작스럽게 간암을 통보받은 남편을 간호하던 아내는 고통과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작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를 두고 오는 길(홍성사)은 암 진단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남편을 보낸 정국인 씨의 아픔이 담긴 시집이다.
‘그를 두고 오는 길이/멀었다/그는 이미/거기에 없을 터인데//따뜻한 저녁상을 받는데/더 미안했다/그는 이제/더 맛난 것을 먹을 터인데//새날이 왔는데 아득하다/그는 늘/새날이 좋은 날일 터인데’(‘그를 두고 오는 길’ 부분)
시집 속에서 아내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몸을 내맡겼다가 저항하기를 거듭한다. 고통스러운 몸부림과 이를 견디기 위한 기도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경건하게 한다.
‘신辛새벽 세 시 반/뛰쳐나가/골목골목을/엉엉 울었다//모든 움직임이 고요한/이 시각/시선에서 자유롭다//틀어막아도 새어 나오는/꺼억 꺼억/짐승 소리’(‘그리움 2’ 부분)
정씨는 지은이의 말에서 “글 100개를 채우면 완치 기념으로 시집을 내주겠다는 남편의 말이 인사치레로 들렸지만 책으로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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