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시선받았던 IMM, 구조조정 없이 투자와 원가절감으로 회사 성장시켜 증시 입성 추진
창업자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고병헌 전 회장 지분 7%까지 확보
지난해 영업이익 70억원에 이어 올해 100억원 달성 목표
이 기사는 03월23일(08: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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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상주에 있는 중소기업 캐프는 세계 3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자동차 와이퍼 제조업체다. ’독일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헤르만 지몬 지몬-쿠퍼 앤드 파트너스 회장이 2008년 저서 ’히든챔피언‘에서 세계 500여개 강소기업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13년 재무적 투자자(FI)였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창업자를 몰아내고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2년 동안 창업자측과 벌인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IMM은 완승을 거뒀다. IMM은 투기자본 논란을 딛고 회사를 성장시켜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는 결실도 맺었다.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현석)는 최근 횡령과 업무방해, 배임 혐의로 기소된 고병헌 전 캐프 회장에 대해 원심대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고 전 회장이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고 전 회장과의 분쟁을 마무리한 IMM측은 최근 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연내 캐프 상장을 목표로 오는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고 전 회장측과 IMM의 분쟁은 2013년 터졌다. 재무적 투자자(FI)로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IMM은 2013년5월 보유하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최대주주(지분율 86%)에 올랐다. 이와 함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전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 자사측 임원을 신규 경영진으로 선임했다. IMM은 앞서 2010년5월 캐프 전환우선주 28만8892주를 600억원에 매입하며 FI로 참여했다. 캐프가 이후 환헤지를 위해 은행과 맺은 키코(KIKO) 등 외환파생상품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낸 가운데 방만경영 의혹까지 불거지자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다.
1995년 회사를 설립한지 18년만에 경영권을 빼앗긴 고 전 회장측도 반격에 나섰다. 임시주총 개최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주총 무효소송과 신규 임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IMM은 이에 맞서 고 전 회장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사모투자펀드=투기자본’이라는 인식으로 고 전 회장측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보는 여론이 팽배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고 전 회장측이 제기한 소송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반면 검찰 수사에서는 고 전 회장이 개인 채무를 갚고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회삿돈 22억원을 인출하고 과거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정기예금 10억원을 부당하게 담보로 삼은 혐의 등이 드러났다. 신규 경영진의 출근을 방해해 업무방해 혐의도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횡령 및 배임 액수가 크고 대부분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적다며 항소했고, 이 과정에서 고 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7% 가량의 캐프 지분을 모두 회사에 자사주로 반납하며 IMM측과 합의했다. 캐프가 항소심에서 고 전 회장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2심 재판부는 1심의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
캐프는 IMM에서 인수한 이후 경영성과가 더욱 향상됐다. IMM은 기존에 주력사업과 관련이 없으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비용만 잡아먹던 건설사업, 의료기기 사업 등을 정리했다. 또 컨설팅회사로부터 자문을 받아 연간 5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말에는 저가 와이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베트남 공장도 신설했다. 투자는 늘렸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상장을 통해 25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면 와이퍼 유통업 등 신사업 진출에 투자할 계획이다.
캐프는 2013년 매출 866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이었던 경영실적은 지난해에는 매출은 비슷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7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베트남 공장에서 나오는 신규 물량 판매로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호 캐프 대표는 "지역사회 일각에서 과거에는 IMM을 '서울에서 온 사채업자'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지역과 함께하는 경영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IMM은 상장 과정에서도 보유 지분을 50% 이상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회사를 키우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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