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대 금리 시대, 자산 두 배 불리려면 69.7년 걸려
[ 김일규 기자 ] 금리 연 1%대 시대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기준금리가 연 1%대(1.75%)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쉽게 말해 금리 1%대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1%대 금리에 익숙해질 필요가 커진 것이다.
언제까지 과거 고금리 시절을 떠올리며 똑같이 있을 수는 없다. 저금리로 갈수록 자산을 늘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속적으로 느려진다. 금리가 연 5%일 때는 자산이 두 배가 되기까지 14.2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금리가 연 3%로 하락하면 23.4년, 연 2%일 때는 35.0년으로 길어진다. 금리가 연 2%에서 연 1%로 추가 하락하면 자산이 두 배가 되기까지 34.7년이나 연장돼 69.7년이 걸린다. 이제는 과거 익숙했던 것과 결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연금으로 저성장·저금리 극복해야
저성장·저금리는 연금의 가치를 높인다. 연금은 노후에도 꾸준히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자산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됐다. 그러나 금리 1%대 시대에는 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점차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손실 가능성을 조금만 높여도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금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졌다. 여기에 성장률까지 낮아지면 국내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금 자산의 글로벌 분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실제 국내 연금 자산의 해외 투자 비중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매우 낮다. 더 나은 투자 대안을 찾아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필수가 됐다. 유럽, 중국 등이 최근 전문가 사이에 관심 받고 있는 투자 지역이다.
올해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가 확 달라졌다. 퇴직연금에 대한 별도 세액공제가 300만원으로 늘었다.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IRP 시대가 본격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퇴직연금 미가입자와 확정급여(DB)형 가입자는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신규 IRP를 개설해야 한다. 또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일시금보다 세금이 30%나 줄어든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역시 IRP를 활용해야 한다.
◆달라지는 보험도 꼼꼼히 준비
수명이 길어지고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보험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보험회사 생명표 변경에 주목하자. 보험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는지, 어떤 질병에 얼마나 걸리는지 등 통계를 기초로 상품을 개발하는데 그 기준이 바로 생명표다. 생명표는 3년마다 바뀌는데 올해 4월부터 새로운 생명표가 적용된다.
이번 생명표 변경은 생존보험료(살면서 혜택을 濱?보험)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같은 치명적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수술, 입원을 보장하는 보험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적용 이율도 변한다. 대부분 보험상품에는 계약자 적립금이 있는데 이를 위한 보험료는 적용하는 이자율에 따라 달라진다. 시뮬레이션을 하면 이자율이 0.25%포인트 하락할 때 보험료는 약 7%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실손의료비 보험도 바뀐다. 과거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를 100% 돌려주는 상품이 있었지만 2009년 금융감독원의 표준화 작업 이후 병원비를 90% 보장하는 선택형과 80% 보장하는 실속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는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의료비의 90%를 보장하는 선택형 실손보험 판매가 중지된다. 보험료는 당연히 80%를 보장하는 표준형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왔을 때 본인 부담금이 10%에서 20%로 10%포인트 증가한다.
◆싱글·경단녀·퇴직자, 잊지 말아야 할 것
결혼은 선택이지만 노후 준비는 이제 필수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배우자나 자녀가 없기 때문에 기혼자에 비해 더 꼼꼼히 노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비혼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금융상품, 특히 연금과 보험을 확실히 챙겨야 한다.
경력은 단절돼도 연금까지 단절되면 안 된다. 경력단절 여성(경단녀)들은 육아를 마친 뒤 다시 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 3층 연금을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년 후 다시 일하러 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은 근로소득을 늘린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늘어난 근로기간 동안 노후자금 운용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이 증가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 전 인적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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