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집권 후 230차례 방문…작년 로비자금 1680만弗 1위
FTC 반독점 무혐의 판결…WSJ서 구글 로비 의혹 제기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 기업 가운데 로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백악관을 수시로 방문하고, 워싱턴DC에서 100명 이상의 로비스트를 거느린 곳은 어딜까.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같은 방위산업 기업을 떠올릴 수 있지만 주인공은 인터넷 업계의 거인 구글이다. 백악관과 의회, 각 행정부처뿐 아니라 헌법상 독립 기관인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이르기까지 구글의 로비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구글이 2013년 FTC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구글이 당시 백악관과 FTC를 상대로 막강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글, 안방 드나들 듯 백악관 방문
WSJ가 백악관 방문 기록을 조사한 결과 FTC가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마무리할 무렵 2012년 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는 FTC 고위 관계자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피트 라우스 버락 오 摸?대통령 선임고문을 만났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구글 임직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오바마 캠프에 두 번째로 많은 돈을 기부했다. 슈밋 회장은 백악관에 투표율 조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고 몇 주일 후엔 구글의 로비스트 요한나 셸턴과 반독점법 담당 변호사가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의 선임고문을 만났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정기적으로 기업 임원과 만나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고 해명했지만 WSJ는 “백악관 참모가 법 집행과 관련해 해당 기업 및 담당 부처 관계자를 만나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한 달여 뒤인 2013년 1월 FTC는 “구글의 위법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WSJ는 FTC 직원들이 실무보고서를 통해 독점방지법 위반사실을 지적했지만 FTC 위원들이 최종적으로는 이를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구글 임직원이 백악관을 방문한 횟수는 230회에 이른다. 1주일에 한 번꼴이다. 로비스트 셸턴은 백악관을 총 60회 찾았다.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의 임직원 모두가 백악관을 찾은 횟수(20회)의 세 배에 이른다.
“돈으로 새로운 질서 만들어”
구글의 파워는 돈과 로비력에서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의 지난해 순이익은 144억달러, 현금보유액은 670억달러에 이른다. 미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구글이 작년 로비에 사용한 자금은 1683만달러로 2010년보다 세 배 증가했다. 타임워너와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로비자금을 지출한 컴캐스트(1697만달러)와 맞먹는 금액으로, 미국 기업 최대 규모다. 전통적으로 로비력이 강한 보잉과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각각 1680만달러와 1450만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애플은 지난해 410만달러를 썼다.
구글은 2013년 워싱턴DC 의사당 인근에 백악관 크기의 워싱턴사무소를 마련했다. 현재 20개 로비업체에서 100여명의 로비스트가 구글을 위해 뛰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구글이 미국의 새로운 인터넷 관련 정책을 만들어갈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구글이 자금을 지원받는 각종 단체가 140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WP는 “구글의 인터넷시장 ‘지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냈던 헤리티지재단과 게이토 등 싱크탱크들이 지난해 구글로부터 수십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은 뒤 호의적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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