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JYP 대표의 미국 진출기 중 한 토막이다. “미국 음반 회사 방문일에 맞춰 최고급 승용차를 빌려 문 밖에 대기시켰다. 그들은 배웅의 모양새를 갖춰 내 차종을 유심히 살폈다.”
미국식 사람 평가 방법인 측인(測人)의 한 모습이다. 살아보니 사람이 제일 무섭더라는 경험치는 세계 어디나 똑같고, 물질의 나라다운 적절함이라 일면 수긍도 된다.
조선 실학자 혜강 최한기 선생은 용모(容貌), 행사(行事), 인도(人道)의 삼박자를 두루 살피라고 강조했다. 이 중 용모를 첫 순위로 두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까닭이다. 이를 두고 관상(觀相), 수상(手相) 등의 상(相)을 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상은 사람만 가지는 것인가. 또 그 기색(氣色)에 따라 귀천, 빈부, 길흉, 화복으로 나뉘는가. 그렇지 않다. 작게는 원자에서 크게는 우주까지 질량을 가진 모든 것은 상을 이룬다.
서울의 관상을 한번 보자. 서울의 본 얼굴은 각각 40여개의 산과 하천이 어우러진 순수 자연 미인이다. 여기에 약 63만동의 건축물과 256개의 주요 도로 성형으로 어울렁 너울렁 인공미도 갖췄다. 산과 건축물은 움직임 없는 음(陰)이라 도시의 기준이 된다. 하천과 도로는 활력을 불어넣는 양(陽)의 역할을 한다.
양은 생명력이다. 인체로 비유하면 음인 신체 부위를 숨 쉬게 하는 혈맥이 양이다. 이 혈맥이 막혀 어혈로 병이 생기면 뻥 뚫어 원활히 만들던 게 고가도로다. 도시 속 혈맥이자 산업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도시 속 양의 응급 수혈인 셈인데 응급이 지속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풍수학에서 고가도로는 ‘교충(橋沖)’이라 한다. 교충은 양인 고가도로의 반작용으로 생긴 음의 살기다. 주변 건축물을 병들게 하여 신경쇠약의 병증과 재물의 흩어짐을 야기한다. 특히 상점들의 피해는 극명하다. 서울의 5대 상권인 건국대 상권은 고가도로를 사이에 두고 영업상황이 현격히 다르다. 하늘로 올려진 양 아래의 음 공간들로 상권 단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불안 심리와 음의 기운이 함께 어우러져 생기의 흐름을 방해하니 재물을 뜻하는 양의 도로가 주변을 힘들게 한다. 작년에 아현고가도로 철거 후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이 방증한다.
서울시에 어혈이 뭉친 곳은 약 84곳이다. 그중 한 곳에 뉴욕시의 하이라인 파크 같은 공중정원을 만든다는 구상을 두고 서울이 시끄럽다. 뉴욕 고가철도의 공원화는 관 주도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작품이라 아름답다. 문화와 풍토가 다르면 그 해결점도 달라야 한다. 현 서울역고가도로는 45년째 응급수혈 중이다. 그동안 수혈기기의 수명은 다했고 환자는 정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의료진과 보호자 간 충분한 상의가 아픈 도시 생명을 살린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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