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머스지' 된 중앙대에 대학들 '시선집중'
[ 김봉구 기자 ] 중앙대발(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학과제를 폐지하고 전공선택제를 도입하는 학사구조 개편안(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때문이다.
이달 9~11일 개편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의 교수투표(참여 교수 92% 반대)에 이어 18~20일 총학생회 주관 학생투표가 실시됐다. 지난 18일엔 학생 구조조정 공동대책위가 출범했다.
내홍은 갈수록 가열됐다. 대학 본부와 반대파 교수들의 힘겨루기에 학생들까지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조작설 제기, 정당성 논란 등 서로를 겨냥한 설전이 오갔다.
중앙대 학사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유연성 확대다. 산업 수요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학과제 폐지에 초점을 맞춘 것도 여기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학과제에선 각 학과의 힘이 세 학교 본부도 쉽게 건들지 못한다는 게 대학가의 상식이다.
정부 정책의 최전선에 섰다. 교육부는 올 1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사업’ 신설 방침을 밝혔다. 산업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인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학사 개편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 3년간 7500억원의 국고가 투입될 예정이다. 중앙대가 내놓은 학사구조 개편안과 기본틀이 흡사하다.
개별 대학 문제를 넘어 정부 정책의 시범 케이스가 된 셈이다. 동시에 기업들의 인력 수요를 제때에 수용 가능한 대학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판별하는 일종의 리트머스지가 됐다.
대학들의 눈길이 중앙대에 쏠리는 이유다. 기업 재단을 두고 있는 성균관대(삼성그룹)와 인하대(한진그룹) 교수들이 남 먼저 중앙대(두산그룹)의 학사구조 개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참여연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한국대학생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도 성명을 내고 “중앙대 사태는 중앙대만의 일이 아니다. 배후에 교육부가 있다”면서 “교육부의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사업’ 내용이 바로 학교 당국이 내놓은 학사구조 개편안이다. 황우여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방문한 대학이 중앙대였던 사실을 분명히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대는 학사구조 개편을 강행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용구 총장은 “이번 개편안은 학교의 지속적 발전과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구성원 의견 수렴을 통해 개편안을 구체화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강력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결국 중앙대의 학내 논쟁은 정원 감축을 필두로 대학구조개혁 訪殆?본격 나선 정부와 대학의 자율성, 기초학문 사수를 주장하며 이를 거부해 온 대학사회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학교 본부와 교수, 학생들 모두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구성원 간 민주적 소통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우선. “과도한 진영 논리로 확전돼 실질적 논의가 사라지면 곤란할 것”이란 조언이 뒤따랐다.
학교 측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개편안은 다음달 중 중앙대 보직교수들이 참여하는 교무회의를 거쳐 이사회를 통과하면 정식 발효되며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입학자원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중앙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앙대 사례가 다른 대학들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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