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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연 1%대 신풍속도] 적금 든다면서…김 과장이 배구장에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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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이 돈이다
OK저축은행 적금금리 연3.8%…배구티켓 있으면 0.6%P 얹어줘
석달간 전국서 1만여명 몰려
은행에 투자 설명회 요청 쇄도…부녀회 단체로 부동산 투어도



[ 김일규 / 이지훈 / 박종서 기자 ] 배구 경기라고는 TV에서도 잘 보지 않던 김명국 씨(45·서울 잠원동)는 지난 1월 OK저축은행과 LIG손해보험 배구단의 경기가 벌어진 경기 안산상록수체육관을 찾았다. 그는 목이 터져라 OK저축은행을 응원하고 돌아왔다.

김씨는 다음날 경기 티켓을 가지고 한 시간 넘게 차를 몰아 OK2저축은행 안산지점을 찾아가 ‘스파이크OK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3.8%에 경기 티켓을 가지고 오면 0.6%포인트, 안산지점에서 가입하면 0.2%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상품이다. 김씨는 최근 OK저축은행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자 ‘만세’를 외쳤다. 우대금리 0.5%포인트가 더 붙어 금리가 연 5.1%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발품을 판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성지 순례’ 코스된 저축은행

김씨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말 판매가 종료된 스파이크OK 정기적금은 약 석 달간 1만436명으로부터 1521억여원을 끌어모았다. 판매 마지막 날엔 저축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오후 4시에도 적금에 가입하려는 대기자가 100명에 달했다. 안산지점은 이날 밤 10시까지 연장 영업을 해야 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서울은 물론 수도권 각지에서 이자를 더 받으려는 사람이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저축은행은 발품만으로 금리를 더 받을 수 있어 최근 자산가들에게 ‘성지 순례’ 코스가 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청 지역 저축은행이 인기다. 충북 제천에 있는 대명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2.7%를 지급한다. 세종·오투·청주·한성저축은행 등은 연 2.6%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은 물론 부산과 광주에서도 이들 은행까지 원정 오는 사람이 많다는 후문이다.

부동산 투어 떠나는 사람들

기업은행은 다음달 자산가들을 초청해 서울 홍익대 앞 상권 투어에 나선다. 목 좋은 수익형 상가를 직접 둘러보고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자산가 20명만 데리고 버스 한 대로 출발하려고 했으나 버스를 한 대 더 빌렸다. 신청자가 쇄도해서다. 경쟁률이 4 대 1에 달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는 “연 1%대 금리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주부 박명자 씨(48)는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오리역 인근 주상복합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부동산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했고, 투자해 본 적도 없지만 남편 퇴직금을 굴릴 방안을 찾다가 아파트 부녀회에서 단체로 간다는 소식에 동참했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기가 질렸다. 200m에 이르는 대기 행렬 때문이었다. 그는 앞으로 더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결심부터 굳혔다고 한다.

지난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신관에는 초보 건축주 40여명이 모였다. 우리은행이 초보 건축주를 대상으로 연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황상국 씨(35)는 “상속받은 재산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다가 작은 상가를 지어 올려 임대 수입을 얻어 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사이버 세상도 누빈다

컴퓨터에 대해선 ‘까막눈’인 박병호 씨(70)는 최근 손자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느라 열심이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금리를 더 주는 예금 때문이다. 발품 대신 ‘손가락품’이라도 들여 이자를 더 받겠다는 것이다. 온라인펀드는 상대적으로 싼 수수료 덕에 인기다. ‘펀드슈퍼마켓(fundsupermarket.co.kr)’을 통한 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6월 말 440억원에서 지난 1월 말 4399억원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인터넷을 활용한 개인 간(P2P) 대출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평균 대출금리 연 8%를 목표로 시장에 나온 P2P 대출 중개업체 ‘8퍼센트(8percent.kr)’는 지난 18일 한 개인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한 시간 만에 마감됐다. 이효진 8퍼센트 사장은 “낮 12시에 개시했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계획했던 투자를 모두 받았다”며 “연 5~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규/이지훈/박종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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