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다음카카오 주가 한 달 반 새 30% 급락
증권가 "성장 공백 불가피" 평가에 外人·기관 '줄행랑'
다음카카오 주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증권가의 평가 속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순매도로 대응하면서 시가총액이 한 달 반 새 2조5000억원 가량이나 증발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이날 장중 한때 10만67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 10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 후 재상장한 이래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9조원을 넘었던 시총도 현재 약 6조5000억원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다음카카오의 주가 하락은 연초부터 나타났다. 지난 1월26일 합병 뒤 사상 최고가인 16만원(장중 기준)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거래일(전날) 11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만 30%에 달한다.
주가 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최근 거래일까지 142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최근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했다. 기관은 최근 한 달 새만 1929억원 어치를 내다 팔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주가 하락 요인은 핵심 성장 동력으로 평가 받던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의 성장 정체 탓이다. 카카오톡의 월간이용자(MAU)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광고 등의 사업부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음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총 매출에서 모바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액 비중이 53% 가량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그만큼 카카오톡 플랫폼 기반의 사업 성패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셈이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최근 MAU 정체 상태는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실적 성장의 핵심이 되고 있는 카카오스토리 광고의 경우 MAU 정체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톡은 3700만명에 달하는 국내 MAU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만한 연령대인 15~74세 인구 거의 대부분이 매월 한번씩은 카카오톡에 접속한다는 의미다.
사용자수 포화에 대한 성장 정체를 해외에서 만회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다음카카오는 2012년 야후재팬과 합작법인 '카카오재팬'을 설립해 일본에 진출했지만 최근 사업성 악화에 협력 관계를 정리했다. 2012년부터 연속 두 해 100억원이 넘는 적자 탓이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부진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이용자들을 '카카오 생태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최근까지 온라인 가맹점이 약 60개 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양희준 BS투자증권 연구원은 "MAU 기준으로는 고작 12명 중 한 명이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 꼴"이라며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그 어떤 SNS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지만 새로운 결제수단으로는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점으로 한 템포 숨고르기 과정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신사업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가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가맹점 확보 시 안정적인 플랫폼 수수료 창출이 가능하다"며 "카카오택시,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여행사 등 확장 할 수 있는 사업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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