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유럽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원유 재고량이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저장시설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브렌트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WTI 가격 하락 속도가 더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원유 현물 트레이더들은 이런 분위기를 틈타 WTI와 브렌트유 가격 차이를 활용한 아비트라지(arbitrage·차익거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WTI와 런던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56달러까지 벌어졌다. 지난 1월 중순만 해도 배럴당 1달러 미만이던 가격 차가 두 달 만에 10달러 가까이 확대했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 내 원유 재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 내 원유 재고량은 8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원유 수요가 재고·생산량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저장 탱크 등 원유 저장시설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WTI가 브렌트유에 비해 가격 하락 압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반면 브렌트유는 이슬람국가(IS) 사태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질 때마다 가격 하락 폭을 줄이거나 조금씩 상승했다. 유럽은 중동 지역과 가까워 지정학적 위험에 같이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기업이 수입하는 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1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60달러까지 빠르게 회복된 뒤 52.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원유 현물 트레이더들에게는 차익거래에 좋은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차익거래는 특정 상품을 가격이 싼 지역에서 산 뒤 비싼 지역에 팔아 차액만큼 수익을 챙기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조선 마련과 운송비 등을 제외하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어 글렌코어와 카길 등 글로벌 원자재 거래 업체들이 원유 차익거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WTI가 브렌트유에 비해 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지자 아시아 원유 수입업체들의 거래 전략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중동 산유국보다 WTI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멕시코 등 남미 업체들과의 거래를 늘리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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