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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가 골목을 메우는 '동화 마을'…바닷 바람에 봄이 밀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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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가 골목을 메우는 '동화 마을'…바닷 바람에 봄이 밀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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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골웨이(Galway)



아일랜드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더블린에서 머물다 곧바로 런던이나 북유럽 쪽으로 빠진다. 하지만 골웨이(Galway)를 그냥 지나가는 이들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깝다. 더블린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9만명의 작은 도시는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문화의 정수를 이곳에서

골웨이는 영화 ‘원스’에서 만났던 더블린 못지않은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골웨이 골목 곳곳은 노래하고 연주하는 길거리 음악가, 자작시를 읽는 시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로 가득하다. 골웨이에 며칠만 머물러 보면 왜 이곳이 ‘아일랜드 문화의 수도’이자 ‘서쪽의 베네치아’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골웨이에 처음 발을 들이면 상쾌한 바다 내음이 폐 속 가득 밀려온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도시를 가득 메운 파스텔 색상의 건물들은 마치 장난감 세트를 부풀려놓은 것 같이 아기자기하다.

골웨이는 조그만 도시라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골목을 따라 걸으며 다닐 수 있다. 1584년 세워진 스페인 양식의 문, 아름다운 돔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골웨이 대사원, 콜럼버스가 1492년 항해를 떠나기 전 기도를 드렸다는 성 니콜라스 교회 등을 모두 보는 데에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골목을 걷다 보면 아일랜드 전통 민족문화가 골웨이에 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리 표지판은 영어와 함께 갤릭어(Gaelic)로 병기돼 있는데 외국인은 무슨 뜻인지 대체 알 수가 없다. 때로는 영어 없이 갤릭어로만 표기한 곳도 있어 당황스럽지만 색다른 감흥을 준다. 해 저물 무렵이면 펍(pub)에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거리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악사나 기네스 잔을 들고 흥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블린과 닮았다.


러브스토리 깃든 카일모어수도원

골웨이에서 아일랜드 서쪽 끝자락의 코리브 호수 쪽으로 가면 아일랜드에서도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알려진 코네마라 지역에 닿는다. 안개 가득한 호수와 울창한 숲이 이어져 몽환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코네마라 지역에는 아름다운 성 한 채가 숨어 있다. 카일모어 수도원(Kylemore Abbey)이다.

이 수도원에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가 남아 있다. 영국 출신의 부자였던 미첼은 마거릿과 결혼해 코네마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코네마라의 풍경에 반한 마거릿을 위해 미첼은 커다란 성을 지어 생일선물로 준다. 빅토리안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원을 비롯해 33개의 방과 4개의 욕실, 4개의 거실, 무도회장, 도서관 등을 갖췄고 완공하는 데 3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집트를 여행하던 마거릿은 전염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미첼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성당을 지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후 미첼은 카일모어 일대에 소유하고 있던 땅을 소작인들에게 넘겨주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후 영국의 베네딕트 수도회에서 이 지역을 사들였고, 지금은 성이 아닌 수도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장엄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다

골웨이는 애런(Aran) 제도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 개의 섬으로 이뤄진 애런 제도는 골웨이에서 배로 한 시간 정도 걸리며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서 당일치기 패키지 투어 프로그램을 판다.

여행객들은 애런 제도 3개 섬 가운데 가장 큰 이니시 모어(Inis Mor) 섬을 주로 찾는다. 섬에 도착하면 차량보다는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훨씬 낫다. 전체적인 풍광이 제주도와 닮은 이니시 모어는 정말이지 자전거가 잘 어울리는 섬이다. 바다를 끼고 페달을 밟다 보면 상쾌한 기분이 온 몸에 스며든다. 해안에는 제주도를 연상케 하는 돌담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안 반대편 언덕의 푸른 초지에는 말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말 그대로 ‘평화로운 풍경’이라는 이미지 그대로다. 간혹 마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 섬 주민도 만날 수 있어 이색적이다.

이니시 모어의 하이라이트는 모어 절벽(Cliffs of Moher)이다. 아일랜드 여행 관련 책자나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으로 길이가 장장 8㎞, 높이가 300m에 이르는 거대한 절벽이다. 깎팁嗤?듯한 절벽에 쉴 새 없이 커다란 파도가 끝없이 몰려오는데 그 장엄한 광경을 설명할 때면 언어의 부족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모어절벽에는 울타리 같은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 담이 큰 여행자들은 절벽 끝에 납작 엎드려서 주위 풍경을 감상하곤 한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흥건히 고일 정도다.

골웨이 여행정보

더블린에서 골웨이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통화는 유로화를 사용하며 유효한 여권만 있으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시간은 한국보다 9시간 늦다. 골웨이 버스 터미널 주변에 호텔과 기타 숙박시설이 몰려 있다. 애런 제도로 가는 여행은 골웨이 시내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편리하다. 호텔에서 패키지 상품을 살 수도 있다.

골웨이=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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