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경보체계 만드는 이인환 UGS융합연구단장
ETRI·건설·철도·지질硏 등 4개 기관 융합연구단 출범
"지반 정보 빅데이터 분석…지역별 위험지도 만들 것"
[ 박병종 기자 ]
지난 몇 년간 서울에서는 갑자기 도로가 함몰돼 행인이나 차량을 위협하는 ‘싱크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달에는 용산역 인근 보도에서 지름 약 5m의 싱크홀이 발생, 두 명이 추락해 부상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싱크홀 사고는 국민적인 근심거리가 됐다. 사고 예방은커녕 사후 약방문 식으로 구멍을 메우는 것이 다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 개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원 최초의 융합연구단인 ‘UGS(UnderGround Safety) 융합연구단’을 출범하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싱크홀 경보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싱크홀 60%가 지하철 주변
싱크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싱크홀의 발생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UGS융합연구단은 대부분의 싱크홀이 지하철 노선을 따라 분포한다는 ×?주목했다. 이인환 UGS융합연구단장은 “싱크홀의 60% 정도가 지하철 주변에서 발생한다”며 “철도 구조물을 건설하면서 주변 지하수를 뽑아내는데, 이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인으로는 상하수도관에서 발생하는 누수가 지적됐다.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 나와 토사가 쓸려 내려가면서 지반이 약해지고 함몰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질연 건설연 철도연이 힘을 모아 원인 분석을 마쳤다. 이제 ETRI가 해결 방안을 내놓을 차례. 이 단장은 지하철 주변 땅속에 센서를 설치해 지반의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방대한 상하수도망의 누수 점검도 필요하지만 일단 철도 주변 지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IoT 기반 경보 시스템
싱크홀 위험도를 판단하기 위해선 지하수 수위, 상하수도관의 누수 정도, 철도 구조물의 흔들림이나 변형, 지반의 단단함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UGS융합연구단은 대전에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이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 땅속에 센서를 설치할 예정이다. 센서의 설치와 관리는 해당 출연연이 담당하기로 했다. 철도연에서는 센서를 통해 철도 구조물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지질연에서는 지반의 변화를 관찰한다. 지반에 이상이 생기거나 철도 구조물에 변형이 생기면 지하철이 지나갈 때 땅의 흔들림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설연에서는 지하철 주변 상하수도관 누수 상태를 점검한다. 센서에서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식으로 지하수 수위도 파악한다. 이들 정보는 지상의 안테나 모듈을 통해 ETRI의 데이터 분석시스템에 모인다.
ETRI는 모인 정보를 토대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역별 싱크홀 위험지도를 작성한다. 싱크홀 발생 우려가 큰 지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알려 우선 보수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 단장은 “지하가 난개발되고 있다”며 “IoT 기술을 이용하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융합을 통해 혁신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등이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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