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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크라우드 펀딩法] "스타트업 年3000개 키울 법안인데"…국회에 막힌 '청년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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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法 2년째 표류

3억~5억 초기 창업자금 모으는 통로 막혀
청년들 사업 포기하거나 해외로 발길 돌려



[ 허란/오상헌 기자 ]
음식조리법 검색엔진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정지웅 바이탈힌트 대표는 요즘 해외에서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작년 10월 개발한 ‘해먹남녀’ 출시에 들어갈 수억원의 홍보·마케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의 당초 계획은 요식업 종사자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수십~수백만원씩 ‘십시일반’ 형태로 사업자금을 모으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법이 표류하자 다른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스피드가 생명’인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회에 막힌 ‘창조경제 핵심법안’

크라우드 펀딩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 자금조달 창구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청년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전선에 뛰어들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청년 실업대책을 해결할 ‘창조경제의 핵뎠?rsquo;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크라우드 펀딩은 매출 실적이 없는 초기 창업기업에 딱 맞는 자금조달 형태다. 벤처캐피털은 매출 실적이 있는 성숙단계의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국내 엔젤 투자자는 500~600명에 불과해 수천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도움받기 힘든 구조다. 반면 크라우드 펀딩은 수많은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받기 때문에 3억~5억원 수준의 초기 창업자금을 모으기에 안성맞춤이다.

2013년 6월 발의된 크라우드 펀딩법은 크라우드 펀딩의 3개 유형 중 국내에 허용되지 않은 ‘투자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단순 기부하거나 제품 생산비를 먼저 주고 나중에 제품으로 돌려받는 ‘기부형’은 1인당 투자액이 몇만원에 불과해 한국시장 규모로는 창업자금을 모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개인들이 중개업체를 통해 스타트업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형’은 금리가 연 10~20%에 달해 스타트업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이에 반해 투자형은 개인들이 스타트업의 미래를 보고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라 1인당 투자금액(동일기업 당 최대 1000만원)이 상대적으로 크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법은 국회 선진화법에 막혀 2년째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행령 등 후속작업도 마무리 단계인 만큼 국회에서 법만 통과해주면 6개월 내 시행할 수 있다”며 “다만 다음달 국회에서도 보류되면 연내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떠나는 ‘아이디어’

국회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상당수 스타트업은 꿈을 펴보기도 전에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제품 출시 시점을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법이 통과돼 창업자금을 모을 때까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청년 창업가도 많다”(고용기 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는 얘기도 나온다.

발 빠른 스타트업들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아방지용 스마트 밴드를 만드는 리버스가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인 인디고고를 통해 4만3000달러(약 4700만원)를 모집한 데 이어 최근 국내 업체인 와디즈를 통해 3300만원을 추가로 모았다. 하지만 둘 다 기부형(리워드형)인 탓에 충분한 사업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문석민 리버스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법이 시행됐더라면 한 번에 필요한 자금을 모은 뒤 모든 역량을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쏟아부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벤처업계는 크라우드 펀딩법 처리 지연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용기 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은 “크라우드 펀딩법이 시행되면 5년 뒤 연간 최대 1조원의 민간자금이 2000~3000개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아까운 아이디어들이 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도 “크라우드 펀딩법은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스타트업 투자금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회이자 개인들에겐 새로운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허란/오상헌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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