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약화, 유로존 닮은꼴
여성 고용률 제고·노동시장 개혁
기업가 정신·창업 열기 되살려야
박종구 < 초당대 총장 parkjk5123@naver.com >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低)출산·고령화, 저생산성, 저혁신으로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망령에 시달리는 유로존과 닮은꼴이 돼 가는 양상이다.
‘늙은 제국’이라는 역사학자의 말처럼 유럽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빠르게 노화되고 있다. 유럽인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2030년에는 그 비율이 25%를 넘어설 전망이다. 2014년 유럽의 평균 출산율은 1.6명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은 57.5%로 미국의 62.7%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복지국가를 국가 운영의 핵심가치로 추구함에 따라 고부담 구조가 심화돼 왔다. 무엇보다 과도한 규제로 투자 심리와 혁신 마인드가 약화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가 높은 실업률로 고전하는 것도 소위 ‘50인 법’으로 지칭되는 과잉 고용 보호 탓이다. 근로자가 50명이 넘으면 관련 규제가 몇 배나 늘어나 투자 기피와 고용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통의 이탈리아 패션·피혁산업이 오랜 기간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도 지나친 고용 보호 관행 때문이다.
한국의 처지도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6~2013년 53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합계 출산율은 1.1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빨라 2062년 노인 1인당 생산가능인구가 1.2명에 그칠 전망이다. 고용률도 63% 선으로 선진국의 70%대와 격차가 크다. 복지예산 또한 보편적 복지 확대정책에 힘입어 115조원대로 팽창했다.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야말로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중·일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창업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응답이 한국은 4.9%인 데 반해 일본은 8%, 중국은 29%로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제도 부문은 144개국 중 82위다. 한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스타 기업이 못 나오는 것은 규제 탓이라는 비판이 많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보다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독일이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 경제의 구세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에는 이민 문호 개방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은 미국의 DNA’라고 강조한 것도 외국인력 유치→생산력 증가→경제파이 확대의 선순환 효과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과 창업 열기를 되살려야 한다.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 철학이 삼성을 반도체 세계 1위로 이끌었고,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이 울산의 기적을 가능케 했다. 창업과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의 틀을 과감히 혁파하는 창조적 파괴가 절실하다.
53%대에 머물러 있는 여성의 고용률도 끌어올려야 한다. 2006~2014년 생산가능인구가 7%나 감소한 일본은 우머노믹스를 추진해 작년 말 여성고용률이 67%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일·가정 양립을 촉진하는 제도가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의 고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경력단절 여성이 바라는 것이 유연근무제라는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2007년 연간 3.3%였지만 2010~2013년에는 1.8%로 급락했다. 제조업의 절반 수준인 서비스업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의 선진국 진입은 지난한 일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노동시장 경직성지수 비교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006년 29.5에서 2013년 28.3으로 개선된 반면 한국은 28.3에서 35.8로 악화됐다.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도 38위에서 70위로 추락했다. 게리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 말처럼 노동시장 경직성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최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주어진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 성장 잠재력 확충에 올인할 때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parkjk5123@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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