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 펀드의 종류는 많다. 작년엔 북미, 일본 펀드 등이 좋은 성과를 냈다. 신흥국이나 유럽 펀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올해는 유럽 증시가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의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데다 유럽 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그리스 및 러시아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봉합될 것이란 예상이 낙관론의 근거다.
국내에 설정된 유럽 주식형 펀드에선 작년 말까지 자금이 꾸준히 유출돼 왔다.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던 탓이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러시아 루블화 폭락,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펀드의 성과 부진과 맞물렸다.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시장에 비해 부진한 펀드 성과는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을 결정한 지난 1월 중순 이후 유럽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는 기간 중 글로벌 투자 자금은 유럽 주식형 펀드로 대량 유입됐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규모는 더욱 커졌다. 펀드 수익률이 잠깐 반등한 시기를 환매 시점으로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참고로 작년 유럽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3.48%였다. 16.72%에 달했던 북미펀드 수익률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유럽 펀드의 자금 유출은 진정
유럽 주식형 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움직임이 그나마 잦아든 것은 지난달 중순 이후다. ECB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 자금공급 규모를 늘리고 그리스 재무장관이 부채 탕감보다 부채 연장 또는 부채 스와프(교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첨예했던 유럽 국가 간 갈등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에 설정된 유럽 주식형 펀드에선 작년 8월 말 8600억원이 유출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중순 이후에야 자금 유출세가 다소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그리스 문제를 놓고 유럽 주요국이 벌인 첨예한 갈등과 함께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러시아였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 각국의 태도에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유럽에서 그리스와 러시아 문제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유럽에 대한 투자 여건은 더욱 우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실제로 유럽 주요국의 주식시장은 연초 이후 평균 8.6%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북미 증시의 수익률 2.5%와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수익률 4.6%에 비해 두드러진 수치다.
슈로더유로·KB스타유로인덱스 등 유망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 장애물도 있다. 미국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과 그에 따른 신흥국의 투자 위험이다. 다만 이달 말 이후엔 유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유럽의 경제지표도 완만하지만 개선되는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 ?무게가 실린다.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에 대한 내성을 쌓아가고 있는 만큼 유럽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선 펀드의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성, 변동성, 방어력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향후 우수한 성과를 낼 만한 펀드를 선정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 펀드 선정 기준에 따르면 슈로더자산운용의 슈로더 유로펀드가 지금까지 우수한 성적을 나타낸 상품으로 분류됐다. KB스타유로인덱스 펀드도 괜찮은 유럽 펀드로 꼽혔다. 이들 펀드는 장·단기 수익률이 모두 높을 뿐만 아니라 꾸준한 모습을 보여온 게 강점이다.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방어력도 우수해 장기 투자를 하면 시장지수나 다른 경쟁 펀드보다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해외펀드에서 수익 나면 배당세 내야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시장 위험요소를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유럽시장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디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선행지표가 ‘0’에 가까운 상황이다. 또 유럽 각국에서 선거에 따른 정치적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펀드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세금에도 주의해야 한다. 해외 펀드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에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 외에 세제를 먼저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종합소득이 부담이 된다면 해외 주식에 泰?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하지만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에게는 더 적합한 투자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율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 주식시장에서의 투자는 주로 유로화와 미국 달러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원화로 투자하는 경우 원·유로, 원·달러 환율 변동에 노출된다. 유로화와 미국 달러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무관한 문제이지만 외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려는 투자자는 해당 상품이 환헤지(위험회피)를 했는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희주 <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이사 heejoo.kim@dwse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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