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강동·장지역 등 논란
[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던 지하철역명 유상 판매 방침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하철역에 기업이나 대학 이름 등을 부(副)역명으로 표기해주는 대신 사용료를 받겠다는 취지지만 최근 봉은사역 논란처럼 자칫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역명 유상 판매 방침은 유효하다”며 “다만 역명 유상 판매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시의회의 반발이 적지 않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앞서 시 산하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달 5일부터 15일까지 지하철 역명 유상 판매에 대해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초 서울시는 2006년부터 지하철역명에 민간 기업이나 대학의 이름을 병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다만 구청이나 시 산하 병원 등은 예외로 병기를 일부 허용했다. 서울 지하철의 역명은 시 산하 지명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지하철역명은 인근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표적인 지역 민원 중의 하나로 꼽힌다. 민간 기업이나 대학들도 지하철역명에 기관 이름을 넣을 경우 적은 돈으로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맥킨지컨설팅은 2013년 서울시의 의뢰로 실시한 컨설팅에서 지하철역 見?병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하철역명 유상 판매를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봉은사역 명칭 논란이 불거지면서 서울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이달 말 개통하는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중 봉은사역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기독교계 일각의 주장 때문이다. 특정 종교시설 이름으로 역명을 정한 것은 종교 편향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기독교계는 봉은사역명이 바뀌지 않을 경우 범기독교계의 서울시 행정 불복종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공식 절차를 거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역명 논란은 봉은사역뿐만이 아니다. 강동구는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굽은다리역의 명칭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명과 무관하게 역명이 지어지면서 주민 민원이 계속되자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개통한 8호선 장지역은 묫자리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역명 교체를 원하는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도봉구도 4호선 쌍문역을 쌍문(둘리)역으로 개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류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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