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씨 새 장편소설 '목격자들' 출간
[ 박상익 기자 ] “가뜩이나 계속된 흉년으로 민심이 어지러운데, 스무 척의 조운선(漕運船·조세로 바치는 곡식 등을 운반하는 배)과 세곡(稅穀)이 수장되었으니 큰 변고가 아닐 수 없네. 전하께서는 조운선 침몰 사고와 연관된 관원들의 이직을 금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 명하신 바 있네. 자네들이 이 다섯 군데를 둘씩 짝을 지어 다녀와야겠으이.”
조운선은 고려, 조선 시대에 세금으로 낸 곡식을 나르던 배다. 소설가 김탁환 씨(사진)가 새로 내놓은 장편 목격자들 1, 2(민음사)는 그의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등의 전작은 한국 역사 추리 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이야기는 조선 정조 시절 일어난 조운선 침몰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전국에서 조운선이 동시에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이 사건을 조사하라는 임금의 은밀한 명령을 받는다. 밀양과 영암에서 사건을 수사하던 이명방과 그의 동료 김진, 홍대용은 이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탐욕의 결정체임을 알게 된다. 조운선을 둘러싼 검은 욕망은 세곡을 거두는 말단 관원부터 영의정까지 얽혀 있다. 이 탐욕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소설은 나라 곳곳에 퍼진 부정부패가 예나 지금이나 사회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알려준다. 역사물이 가진 시·공간적 호기심과 추리물이 지닌 긴박감이란 두 가지 미덕을 모두 갖췄다. 작가가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새 이야기를 쓴 것은 8년 만이다.
그는 그동안 침묵의 근원을 파고들었다고 했다. 불행의 원인을 밝히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소설을 통해 상상해 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사필귀정이란 참으로 어렵다”며 “현실에 희망이 없다면 소설에서라도 희망의 불꽃을 만들자”고 말했다. 문학으로 소리치는 것도 진실을 밝히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각 권 384쪽, 428쪽, 1만3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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