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투자 정상화 아닌 위기 징표
투자활성화로 도약발판 다져야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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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황금기는 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선진국 경제는 직전의 위기 시대뿐 아니라 1차대전 이전의 ‘좋았던 옛날’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성장의 기본 성격은 위기의 시대에 미국에 뒤처졌던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런 성장이 창출하는 수요에서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 황금기는 1973년에 끝났지만, 그 여위(餘威)는 이어져서 결국 위기 시대의 산물이었던 공산체제를 붕괴시켰다. 그것은 제3세계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처음에 자본주의는 과거 제국주의의 ‘업보(業報)’ 때문에 수세에 몰렸지만, 황금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변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자본주의의 ‘새 황금기’가 더 넓은 범위에서 전개됐다. 옛 공산권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이 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선진국 따라잡기 성장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위시한 이들 국가의 규모가 커지자 세계 경제가 호황으로 돌입했다. 호황은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로 중단됐지만, 중국이 대규모 확장정책을 폄으로써 위기의 강도를 결정적으로 낮췄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떤가. 한국은 일찍이 자본주의 황금기에 끼어들어 ‘경제 기적’을 이뤘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냉전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냉전 종식으로 한국에 바로 불똥이 튀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냉전이 지속됐으면 일어날 수 없었던 사건이다. 위기 후 취해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은 옛 소련에서의 ‘충격 요법’과 닮은 점이 있다.
위기 후 한국 경제의 모습은 어떤가. ‘개혁’의 결과 투자는 부진한 반면 자본주의의 ‘새 황금기’ 덕분에 수출은 잘된다. 총투자 증가율은 위기 전 16년간(1981~1996) 평균 11.6%였지만, 위기 후 16년간(1998~2013) 2.9%로 떨어졌다. 반면 수출 증가율을 미국 물가를 감안한 실질 달러 가치로 계산해 보면 위기 전 17년간(1980~1996) 평균 8.9%에서 위기 후 17년간(1998~2014) 평균 7.0% 정도로 소폭 떨어졌을 뿐이다.
한국이 수출을 늘려 ?수 있는 것은 새로 편입된 국가 중 가장 큰 중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때도 한국은 중국의 확장정책의 덕을 가장 많이 봤다. 최근 2~3년간은 중국의 성장 감속으로 타격을 받고 있지만, 그런 구도가 바뀐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출은 그냥 ‘수요’인 반면 투자는 수요이면서 ‘공급 능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투자를 안 하면 수출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위기 후 투자 증가율이 대폭 떨어진 것을 어떻게 보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국내외 학계의 다수설은 위기 전의 ‘과잉투자’가 정상화되면서 위기 후에 투자 증가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기가 한국에 ‘위장된 축복’이 될 것이라는 위기 당시 지배적 견해의 연장이다.
옛 소련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요법’을 합리화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그와 비슷한 ‘IMF 개혁’이 적절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중국 같은 나라의 성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따라잡히는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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