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20일(현지시간)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그리스와 다른 18개 회원국, 국제 채권단 등이 4개월 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현행 구제금융 명칭인 '마스터 재정지원기구 협정'(MFFA)의 6개월 연장을 요청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4개월로 줄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장의 목적은 현행 협약의 지원조건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유연성'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긴축 정책의 일부를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 정부는 현행 협정을 기반으로 개혁 정책 리스트를 23일까지 제출해야 하며 채권단은 이를 토대로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가 지원조건을 이행해야만 구제금융 분할지원금과 그리스 국채보유에 따른 투자이익을 지원하기로 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번 연장으로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새로운 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가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새 협상에는 성장을 위한 개혁 정책 외에도 채무경감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로 그리스는 6월 말까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펀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위기는 넘겼다.
다만 유로그룹은 EFSF가 제공하는 펀드는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에만 쓰도록 제한해 정부가 이를 재정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는 재정수지 목표와 경제 회복, 금융 안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책의 변경을 자제하기로 했다.
긴축 반대 공약으로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탈세·부패 척결, 행정부문 개혁 등을 추진하되 긴축 정책에 따른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부터 2차에 걸쳐 트로이카로부터 2천400억 유로(약 302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다.
이 가운데 EU 측 구제금융은 6월 말까지 연장됐으며, IMF의 프로그램은 내년 3월에 끝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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