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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설 선물도 경제발전과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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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설 선물도 경제발전과 나란히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요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선물세트 매장에 가보면 상품종류나 물량이 풍성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형적인 공급과잉 시대의 산물이라고 느껴지지요. 돈이 없어 못사지, 물건이 없어 못사는 건 옛날 말입니다. 불과 50년만에 상품시장은 이렇듯 공급 부족 시대에서 공급 과잉 시대로 급변하게 되었지요.



명절때 선물을 주고 받은 것은 1960년대부터라는 게 정설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생필품 소비재가 항상 부족하던 시절에는 명절 선물이래야 생필품에 속하던 달걀꾸러미 정도였지요. 60년대에 밀가루, 설탕, 조미료 등 주방 생필품들이 양산되면서 선물용으로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도 60년대에 하얀 백설표 설탕을 선물이라며 들고왔던 손님들이 기억나는군요. 당시에는 택배업체란게 없었기에 선물을 주려면 주소지를 알아내 일일이 직접 전달해야 했던 시절입니다.



1965년 신세계백화점이 추석선물로 소개한 상품 목록을 보면 라면 상자, 맥주 상자, 설탕 6㎏, 커피, 세탁비누 30개 세트, 전기 냄비, 통조림 세트, 계란세트 등으로 상품종류가 100가지가 채 안되던 시절입니다. 1970년대가 되면 선물 종류도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가속 페달을 밟던 시기라 60년대와 비교하면 일단 상품종류가 10배 이상 늘어나게 됩니다.



60년대에 이어 주방의 생필품인 설탕과 조미료는 꾸준히 사랑을 받았고, 세수비누와 화장품 세트 등이 선물코너에 등장했습니다. 스타킹, 여성 란제리, 그릇세트에 이어 기호식품인 커피세트가 인기선물 대열에 이름을 올렸지요. 70년대에 선보인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는 대중들이 선호하던 상품이었습니다. 칙칙한 분위기의 다방에 가기가 꺼려지던 사람들이 집에서도 달달한 커피맛을 즐기게 해준 선물이었죠.



1970년대까지 생필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선물 시장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접대성 상품이 대거 끼여드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고급화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지요. 먹거리를 중심으로 세트화 한 명절 선물 목록에 넥타이, 지갑, 벨트, 스카프 등 잡화가 등장한게 80년대부터입니다. 배달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배달 대상은 주로 고가의 정육갈비, 굴비, 과일 등을 넣은 세트상품이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선물 중의 선물로 불리는 상품권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금과 다름없이 쓸 수 있고, 받는 사람이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상품권의 인기는 지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90년 중반에는 3저 호황을 맞아 상품시장에도 거품이 잔뜩 끼던 시절이라 일부 선물 가격은 하늘을 찌르듯 높아졌습니다. 수입양주, 영광굴비 등 100만원 이상의 고가선물이 본격 등장한 게 바로 90년대 부터입니다. 93년 이마트 창동점을 필두로 대형마트가 전국 곳곳에 문을 열면서 1만~2만원대의 실속 선물은 대형마트에서, 고가선물은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양극화 현상도 일어나게 됐습니다.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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